인수 비용 놓고 양측간 '줄다리기' 합의 실패땐 이스타항공 파산 수순
조금이라도 인수 비용을 줄이려는 제주항공과 최대한 더 받으려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의 이해가 상충되면서 남은 한 달간 최종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실화될 경우 이스타항공의 파산 수순으로 귀결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M&A 계약 체결 시, 거래 최종 종료 시한을 6월 말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면 거래가 자동으로 무산된다는 뜻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과 주식 매매 계약(SPA) 체결 당시 매각 예상가였던 695억원보다 150억원 적은 545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119억5000만원을 선지급하고 지난달 29일 잔금을 납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약속일 하루 전 납부를 무기한 미뤘다.
해외 기업결합 심사 등 선행조건 불충족을 명분으로 들었으나, 코로나19를 비롯한 대내외 악재 속에서 최대한 거래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실제 최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에게 책임 있는 경영을 요구하며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누적된 체불임금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배경이다.
이스타항공 대주주도 더는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대주주에게) 사재출연 등의 문의를 했지만, 지난 3월 SPA 체결 시 150억원이 이미 마지노선 수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사내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다만 이스타항공 대주주는 계약 불발 시 한푼도 건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체불임금 문제를 다시 제주항공과 피해 당사자인 임직원에게 돌렸다. 이날 사내 이메일에 임직원들에게 4~6월 정상근무 수당을 제외한 휴업수당의 반납에 동의해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4~6월 휴직수당은 총 120억원가량이 된다.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자(제주항공)가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해결을 요청했다”며 “당초 계약에 따르면 미지급 임금은 모두 인수자가 해결하기로 한 것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사유로 추가적인 부담을 요청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어떤 명분이든 경영에 대한 책임을 양측 모두 회피하는 형국인 것이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대주주를 동시에 비판하는 이유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오는 6월 5일 집회를 열고, 다시 한번 대주주 등의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양측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며 “근로자 임금 체불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는 지지부진했지만 양측이 남은 한 달간 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저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거래에 실패했을 시 잃는 게 더 크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최근 구조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제주항공은 인수 실패 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인수 성사 시 비용 부담은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의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이스타항공 대주주 역시 욕심을 부리다가 거래가 무산되면 회사의 파산으로 모든 것을 날릴 수도 있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은 907억원, 영업손실은 360억원이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거래 성사에 대한 의지가 있는 만큼 이달 내 M&A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형태가 된다면 그 결과를 떠나 양측 모두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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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sade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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