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살인' 항의 시위 전국 확산에,
"극좌파와 폭도, 비극 악용해 폭력 선동"
반란사태법엔 "주지사·의회 요청 있어야"
국방부, "미네소타 주지사 요청 없어"
WP "1963년 민권운동때 케네디와 정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백인 경찰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군대를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라고 엄포를 놨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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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인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지자 "군대를 매우 빨리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시위대를 "극좌파", "폭도"라고 부르며 연방군 투입을 통한 강제진압을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망자 10만명 가운데 흑인 피해가 더 큰 것을 포함해 미국 사회의 인종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함께 시위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X 발사 현장인 플로리다로 떠나면서 전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경찰서를 버리고 도망치고, 시위대가 장악한 것을 봤다"며 "내 평생 이렇게 끔찍하고 멍청한 일은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언제든 부름이 있을 경우 준비돼 있고,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다"며 "우리는 병력을 시위 현장에 매우 빨리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조지 플로이드 살인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찰차를 공격해 차량이 뒤집힌 채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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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현재 미네소타는 현지 주 방위군을 (공공건물 경비 등에) 활용하고 있다"며 "군대는 거칠고, 강하고,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티파(극좌파)와 수많은 급진 좌파 나쁜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며 그들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민간인 시위대를 상대로 직접 연방 군대를 투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1807년 제정된 반란사태법에 따르면 주 의회와 주지사가 민간인 소요 사태 때 지원을 요청할 경우 연방군 투입을 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이번 경우에 시위 진앙인 미네소타 팀 월츠 주지사가 요청한다면 실제 군 투입이 가능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에서도 "주 경계를 넘어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연방 범죄"라며 "진보적 주지사와 시장들은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개입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거기엔 우리 군대의 무제한 힘의 행사와 수많은 체포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조너선 호프만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최근 24시간 이내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직접 왈츠 주지사와 두 차례 이야기를 나눴으며, 주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지사로부터 미네소타 주 방위군이나 주 사법당국을 지원해달라는 아무런 요청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엄포인 셈이다. 그는 이어 스페이스X 발사 현장 연설에서도 "미니애폴리스 거리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중대한 비극"이라면서도 "폭도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좌파와 급진 좌파그룹은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으로 무고한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고, 일자리를 파괴하며 사업을 해치고 건물을 불타고 한다"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63년 흑인 민권운동으로 소요가 확산될 때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마틴 루터 킹과 합의를 하고 끝내 연방군을 투입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거꾸로 군 투입을 위협하는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5일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컵 푸드' 가게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하려 한 혐의로 체포한 뒤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에도 8분 동안 무릎으로 뒷목을 짓눌러 숨지게 한 게 발단이다.
30일 백인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방화로 미네소타 세인트폴 거리의 상점과 차량이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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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빈은 28일 3급 살인 및 우발적 살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30일 현재 미니애폴리스 외에 뉴욕·필라델피아·피츠버그 등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닷새째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서 건물에 대한 방화와 상점 약탈까지 벌어지면서 미네소타를 포함해 조지아·켄터키·위스콘신·콜로라도 등 8개 주가 주방위군을 평화유지를 위해 동원한 상태다.
워싱턴 DC 백악관에서도 28일부터 사흘째 시위대가 북쪽 라파예트 공원에서 경찰 저지선으로 접근하자 경찰은 물론 사복을 입은 비밀 경호 요원들과도 충돌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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