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30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다당제로 구성됐던 20대 국회와 달리 이번 국회는 단독 개헌 빼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177석 슈퍼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여당에 맞설 수단이 제한적인 103석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양당제 속에서 입법 활동을 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여대야소로 변한 국회 지형이 오히려 협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2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21대 국회가 앞으로 4년 동안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원 구성과 관련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상임위원장 18석 싹쓸이,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체계심사권한 폐지 등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반면 통합당은 슈퍼 여당이 숫자를 앞세워 협치와 상생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원 구성과 관련한 여당의 자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원 구성을 마무리한 뒤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당장 정부는 6월 국회가 열리자마자 3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을 추진 중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3차 추경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한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측에서는 위기 대응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현미경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7월이 되면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1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선임을 놓고 여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20대 국회 막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필리버스터라는 초유의 갈등 속에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이 참여하는 국회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6월에 구성돼 7명 중 6명 이상 의결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게 된다. 추천위 구조상 후보 추천을 위해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칫 공수처장 선임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야는 상대방의 뼈아픈 곳을 찌르며 원내 협상에서 기선 제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통합당은 윤미향 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정의기억연대 활동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과 KAL기 테러 사건 재조사, 친일 인사 국립묘지 파묘(破墓)를 비롯한 과거사 이슈로 야당을 압박하며 개원과 함께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부산시장을 비롯한 재·보궐선거는 21대 국회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파문으로 물러나면서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대권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 역할 수행 전망에 대해 응답자 중 63%가 '잘할 것'을 선택했다. 이는 20대 국회를 앞두고 진행된 같은 조사보다 1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20대 국회에서는 법률안 총 2만4141건이 발의됐고, 이 중 9139건이 처리됐다.
[고재만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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