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7 (목)

이슈 로봇이 온다

일상생활 속의 AI노믹스 ⑤ 쇼핑 | 무인결제·자동주문·로봇배달… 성큼 다가온 미래쇼핑 플랫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언택트(Untact)란 단어는 일상이자 필수적인 행동양식이 됐다. 특히 온라인 및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던 쇼핑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32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6%가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며 언택트 소비가 증가했고 언택트 소비가 소비 전체에서 60%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이르러 다양하게 미치고 있다. 장보기와 식사는 앱을 통해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다양한 온라인 배송 방법을 이용해 진행되고 클릭 한 번이면 다양한 메뉴의 식사가 집 앞까지 배달된다. 식사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커피 및 디저트 프랜차이즈들도 모바일 앱을 통해 스마트오더 및 배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현장에 진열된 상품을 온라인 및 모바일 채널에서 실시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등 유통업계에서는 집과 매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나아가, 음성만으로도 이런 모든 서비스를 집에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매일경제

▶넷플릭스 알고리즘 차용한

인공지능 온라인 쇼핑 리스트

모바일로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 첫 페이지에는 ‘나만의 추천 상품’이란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가성비 좋은 헤드폰이 주르륵 나열된다. 최근 구매를 고려하고 있던 제품이다. 이전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 인터넷에서 여러 번 검색하고 가격비교를 해본 이력이 추천상품 리스트를 만들어냈다. 헤드폰 밑에는 2달 전에 샀던 생수가 보인다. 마침 물이 떨어져가던 시점이었다.

이제 인터넷 쇼핑몰은 내가 필요한 상품을 알아서 찾아서 보여준다. 따로 검색할 수고를 덜어주고 때마침 필요한 상품이었던지라 클릭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자주 겪는 상황이다. 과거 같으면 쇼핑몰이 임의로 확보한 할인제품들을 모아 보여주는 ‘핫딜’ 코너가 메인에 자리 잡았겠지만 이제는 평소 검색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제품이나 이슈가 홈페이지 전면에 노출된다. 이와 같은 추천 알고리즘은 수학적 원리를 토대로 능동적인 콘텐츠 노출을 현실화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다. 전통 추천 알고리즘에서 진화한 새로운 형태의 추천 알고리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e커머스 기업들은 쇼핑몰을 고도화하고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선행하고 있다. 쿠팡·롯데쇼핑·이베이코리아·인터파크 등 e커머스 기업과 쇼핑몰 구축 서비스를 제공해 50만 쇼핑몰을 고객으로 확보한 메이크샵은 AI 챗봇 성능을 고도화하거나 고객데이터 분석, 상품 추천, 물류, 배송, 이상거래 탐지 등에 AI 기술을 속속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고객의 주문 데이터 분석, 상품 추천, 배송, 이상거래 감지 등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로 수년간 쌓인 계절·세일·지역 등 주문 패턴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주문량을 예측해 전국센터에 상품을 구비해놓는 방식이다. 또 고객이 상품을 주문한 순간, AI가 어떤 상품을 어떻게 출고할지, 출고된 상품을 어떤 배송트럭에 놓을지, 쿠팡카의 이동 동선까지 가이드해준다. 물론 상품추천에서도 머신러닝을 활용해 고객의 사용 패턴 데이터를 학습해 고객이 깨닫기도 전에 필요한 상품을 추천한다. 자체 개발한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부정거래탐지시스템(FDS)’에도 AI와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매일경제

롯데온


롯데쇼핑은 최근 ‘한국판 아마존’을 슬로건으로 백화점·마트 등 유통 7개 계열사의 쇼핑몰을 합한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선보였다.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의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은 개인화 솔루션에 있다. 실제 롯데가 롯데온 론칭을 위해 가장 심도 있게 검토한 모델이 ‘넷플릭스’다. 고객 1명을 위한 쇼핑 플랫폼 구축이 롯데쇼핑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자 차별점이다. 고객이 검색하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검색창이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롯데멤버스 3900만 회원의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해당 고객의 다음 구매리스트 예측이 가능하다. 해당 고객과 가장 비슷한 구매 패턴을 보이는 다른 고객의 구매리스트를 참조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특정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 ‘롭스’에서 립스틱을 구매하면 롯데닷컴에서도 계속 립스틱을 추천하는 식이었다. 고객의 구매 여부를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온에서는 온·오프라인 구매 데이터가 통합 분석되기 때문에 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도 물류 센터 관리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AI를 활용했다. 스마일배송 서비스에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해 물류 운영을 효율화하는 물류관리 시스템 WMS을 개발했으며, AI 기술을 추가 도입해 운영 효율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편 서버, 클라우드 운영, 이상거래 감지 등 다양한 영역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기초 연구도 활발하다.

인터파크의 경우에는 AI 챗봇 ‘톡집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챗봇 개념의 ‘톡집사 2.0’은 자연어처리 기법의 텍스트 분석, 학습 자동화 등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한 분석 기술을 활용해 구축했다. 기존 톡집사가 배송, 주문 등 정해진 키워드를 분석해 답변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톡집사는 일상적인 언어를 이해하는 자연어처리와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사용자 의도를 분석해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특히 톡집사2.0은 6만 건에 달하는 질문 시나리오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답변 정확도를 높여 자연어 입력 중 AI 답변율은 76%, 정확도는 82%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경제

송도 CU 심야 무인편의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쇼핑에 있어서도 AI 기술의 확대는 명확하다. 대표적으로 백화점들은 고객관리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 일찍이 AI를 접목시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S마인드’를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S마인드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1대1 개인화 마케팅을 이끌고 있다. 성별, 연령, 지역, 주거래 점포, 선호 장르, 요일별 구매 패턴 등 100여 개의 변수를 활용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쇼핑 정보를 앱을 통해 우선 전달한다. 이외에도 스마트 메시지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각 점포별로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사진 명소, 성탄절 홈파티 준비를 위한 케이크 만들기 아카데미 강좌, 주말을 맞이한 백화점 추천 먹거리 등을 소개한다. 기존 상품 정보만 가득 채워 전송하던 메시지와 달리 백화점에서 즐길 수 있는 알짜 콘텐츠도 엄선해 함께 보낸다.

롯데백화점은 매일 축적되고 있는 방대한 양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유형 ‘디지털 A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거래 및 상품 검색과 같은 행동 데이터 등 총 17개 고객 연관 시스템을 종합해 인공지능이 분석한 데이터를 고객 관리에 활용한다. 예를 들면 유아 동반 고객이 유모차를 대여하면 디지털 AI 플랫폼이 ‘고객 활동 예측’을 수행해 해당 데이터를 즉각 유아동 매장에 연동시켜 별도의 광고와 연계되도록 도와준다.

매일경제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배달로봇 ‘딜리타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인편의점·로봇배달·자동주문

언택트 쇼핑 주류로 떠오르다

종업원이 없는 편의점에 들어선다. 매대에 장착된 300여 개 무게감지 센서는 소비자가 집어든 물품을 감지해 가격까지 계산해낸다. 물건을 고른 후 출입문을 나오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이 물건을 자동 결제하고 모바일 영수증을 발급한다. 언택트 쇼핑은 이미 유통업계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경쟁적으로 무인편의점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24에 이어 올해 초 GS25가 서울 중심가에서 계산대 없는 미래형 편의점 운영을 시작했다. GS25 을지스마트점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 소매점 ‘아마존 고’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GS25는 2018년 9월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과 스마트스캐너가 적용된 무인형 GS25를 서울 마곡동에 선보인 데 이어 계산대 없는 미래형 편의점 운영에 나선 바 있다. 미래형 편의점은 고객이 별도의 결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물건을 골라 들고 나가면 되는 방식이다. 대신 을지스마트점 고객은 BC카드의 모바일 결제 앱(운영프로그램)인 BC페이북의 QR코드를 출입문에 접촉해 입장하게 된다. 고객이 점포로 진입하면 딥러닝 카메라 34대가 고객 행동을 인식한다. 친절 서비스를 맡는 영상 인식 스피커도 운영한다. 고객이 특정 장소에 있거나 특정 행동을 할 때 미리 정해 놓은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안내한다.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해 9월부터 무인점포를 실험 중이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DC)점 역시 ‘아마존 고’ 모델을 차용했다. 고객이 SSG페이 또는 이마트24 앱을 통해 발급된 입장 QR코드를 스캔해 입장한 후 상품을 들고 나오면 SSG페이로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SSG페이 앱을 통해 고객에게 구매한 상품과 결제 내역이 전송되기까지 짧게는 5초에서 최대 5분 정도 소요된다”며 “아마존고 대비 결제 시간을 단축해 고객이 보다 빠른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패밀리허브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활용도가 늘어나는 것도 볼 수 있다. CJ푸드빌과 LG전자가 공동 개발한 ‘클로이 서브봇’과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딜리플레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클로이 서브봇’이나 ‘딜리플레이트’는 다양한 음식점에서 서빙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내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있는 테이블까지 음식을 가져다주거나 빈 그릇을 회수하는 데 사용한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실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무실, 회의실 등 회사 내에서 QR코드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건물 안에 입점한 가게의 로봇이 주문자의 자리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우선 본사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올해 하반기 다른 건물로 시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오피스, 호텔, 공동주택 등에 이 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딜리타워는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하고 타고 내릴 수 있으며, 사전에 입력된 여러 이동경로를 활용해 주문자가 있는 곳까지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한다. 지난해 10월 우아한형제들은 딜리타워를 본사 건물 1층에 배치해 라이더가 음식을 1층까지만 배달하면 로봇이 주문자에게 최종적으로 배달하는 첫 번째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딜리타워는 음료의 경우 한 번에 최대 12잔까지 실을 수 있으며, 주문량이 많으면 여러 차례 나눠 배달한다. 이동 속도는 1.2m/s로 사람이 빠르게 걷는 속도와 비슷하며, 좁은 통로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자동으로 속도를 줄인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완충 시 6시간이고 매장 대기 시 자동 충전된다. 이번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1~15일까지 5일간 총 94건의 주문을 받아 총 255잔의 음료배달이 이루어졌다. 기계 오류 등으로 인한 배달 실패는 없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시범 서비스 이후 하반기 오피스 및 호텔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딜리타워의 기능성과 서비스 방식 등을 고도화해 하반기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올해 출시된 진화한 형태의 AI 냉장고도 언택트 소비와 연관이 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패밀리허브’ 제품에는 ‘푸드 AI’가 적용돼 맞춤형 식단과 레시피를 제공한다. 패밀리허브는 2016년 AI 기술을 접목해 선보인 후 해마다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왔다. 이번 신제품은 식자재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더 간편하게 식료품 온라인 주문으로 연결한다.

특히 냉장고 내부를 확인하는 ‘뷰 인사이드’ 기능은 한층 개선됐다. 기존에는 단순히 내부 식재료 확인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냉장고가 보관된 식재료를 스스로 인식해 새롭게 추가되거나 남은 식재료 정보를 ‘푸드 리스트’에 반영한다. 보관된 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도 제공해 준다. 만약 필요한 식재료가 냉장고에 없으면 ‘쇼핑 리스트’에 보내 이마트를 통해 주문할 수도 있다. 이처럼 AI가 가미된 쇼핑은 상품의 선정, 주문, 배달 등 모든 과정에 있어서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래의 쇼핑생활이 어떻게 더 혁신적으로 바뀔지 지켜볼 일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