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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가전업계, 내수 중심 건강가전 신규 수요 창출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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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에서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전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부터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TV·가전 판매가 부진에 빠졌다. 해외 유통망이 사실상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TV·가전의 2분기 매출을 쉽게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내수는 물론 ‘캐시카우’인 수출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잿빛 전망’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주력 판매 시장인 미국과 유럽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국내 가전 시장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판로가 무너지자 공장을 돌려봤자 재고만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 생산라인 셧다운을 통해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행히 5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가동 중단됐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TV·가전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돌입하고 있지만, 해외 유통망이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못하고 있고 도쿄 올림픽 연기와 오프라인 마케팅 중단 등의 악재가 겹치며 ‘수요절벽’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주요 제조사들은 코로나19가 잠시 수그러들더라도 곳곳에서 2차, 3차로 재확산하는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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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건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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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해외 공장 속속 정상화

‘수요절벽’ 고민은 여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가동 중단됐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TV·가전 공장들은 지난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돌입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가동 재개가 이어지면서 해외 공장 정상화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생산망과 판매망이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경우, 2분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해외 유통망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되지는 못하고 있고, 도쿄 올림픽 연기와 오프라인 마케팅 중단 등의 악재가 겹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염병 장기화에 따른 가전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4월 13일부터 가동 중단됐던 폴란드 브로츠와프 가전 공장을 4월 27일부터 재가동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폴란드 가전 공장뿐만 아니라 슬로바키아 TV 공장, 헝가리 TV 공장도 모두 가동이 재개됐다. 이로써 두 회사의 동유럽 지역 생산기지는 모두 정상화됐다.

삼성전자는 4월 2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가전 공장이 가동을 재개했다. 인도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공장이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인도 첸나이에 가전공장,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각각 TV와 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은 이들 공장도 해당 정부와 재가동을 놓고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셧다운 해제 가능성이 있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TV)와 멕시칼리(TV), 몬테레이(가전) 생산 공장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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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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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인 인도는 국가 봉쇄 조치를 5월 17일까지 한차례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인도는 감염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이외 지역의 통제는 다소 풀어주고 있는데, 이에 따라 그동안 인도 정부 조치에 따라 문을 닫았던 한국 기업의 일부 공장도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첸나이에, LG전자는 노이다와 푸네에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부터 러시아 칼루가(가전), 브라질 마나우스(스마트폰·TV), 캄피나스(스마트폰) 등 가동이 중단됐던 해외 공장들을 속속 재가동하며 정상화에 속도를 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올스톱됐던 해외 주요 판매망도 속속 재개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 베스트바이는 5월 초 200개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열었고, 이달 중 600개까지 재개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미디어마트를 비롯해 딕슨, 미디어엑스퍼트 등 유럽 주요 유통채널들도 일부 매장의 폐쇄조치를 풀었다.

업계에서는 공급망과 유통망이 점진적으로 재개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수요 회복이 뒤따르지 않는 해외 공장 재가동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지역 유통 매장이 언제 완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3∼4월 공장 셧다운 여파도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이밖에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이른바 ‘짝수 해 효과’가 사라졌고, 대형 오프라인 할인행사도 펼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분기 판매계획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가별 상황에 맞게 신모델 본격 판매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분기 생활가전 해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건강관리 가전 테마를 강조하고 온라인 판매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판단이 어렵고 6월이 지나야 감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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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 전망, 불확실성 최고조에 초긴장

전자 업계와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전 세계 TV·가전 유통망이 붕괴된 영향이 삼성전자와 LG전자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제품 출하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은 3월 이후로 판단된다. 5월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생산 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언제든 공장이 다시 ‘셧다운(가동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마비되다시피하면서 스마트폰과 TV·가전 판매가 부진에 빠진 것이 뼈아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특히 TV·가전·스마트폰을 일컫는 세트 사업이 코로나19로 생산과 판매에서 차질을 빚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트 사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판매량과 실적이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V 시장은 스포츠 이벤트 연기와 시장 상황 악화로 전년 대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생활가전 사업도 글로벌 수요 감소로 실적 감소폭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TV 시장은 3년 만에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350만 대로 지난해 2억2291만 대보다 8.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외 유통망이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TV·가전의 2분기 매출을 쉽게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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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V QLED 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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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올 1분기 가전·TV 사업 선전에 힘입어 2년 만에 1조원을 웃도는 분기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특히 생활가전 사업에서 미국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1분기 호실적은 가전을 담당하는 H&A(가전 등)사업본부와 HE(TV 등)사업본부가 나란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덕분이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4180억원, 영업이익 7535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건강·위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시장에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2분기에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영향권이 일부만 반영된 수치”라면서 “2분기부터는 LG전자의 매출과 수익성이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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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디오스 식기세척기 광고 화면 트루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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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절벽’ 몰린 가전 업계 수요 되살리려면

내수시장 중심으로 분위기 반전 필요

가전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당장 기업이 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면서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반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전 업체들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일제히 재고를 줄이는 추세다. 가전제품의 경우 판매가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가전 유통매장들이 보관할 수 있는 재고가 제한적이다. 특히 요즘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고 회전율이 낮아 재고가 많을수록 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수요 회복과 재고소진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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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소비 진작을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우선 언급하고 있다. 특정 가전제품 등 내구재에 대한 부가세 환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의 소비를 유도하도록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리워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까지 판매량을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의 경우 대폭 할인을 통해 재고를 소진할 수 있지만,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는 가격이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쌓여있는 재고 문제보다도 막혀있는 ‘시장 수요’의 숨통을 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황이 좋아지면 수요에 맞게 다시 공장을 가동해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역으로 수요가 창출되는 품목도 있다. 위생과 각종 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건조기,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등 이른바 건강가전 시장에서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LG전자는 건조기 외에도 트루스팀을 탑재한 의류관리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위생 관련 신가전을 전진 배치해 매출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전염병 영향으로 TV, 냉장고 등 전통적 가전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신가전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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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야스페니사루에 있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생산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유럽 전역에 수출하는 TV를 조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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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대표적인 스팀 가전인 트롬 스타일러의 경우 올 들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2월 한 달 기준 LG 트롬 스타일러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늘었다. 특히 한 번에 최대 6벌까지 관리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약 50% 증가하며 스팀 가전의 성장을 견인했다.

[황순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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