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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꼬여버린 이스타항공 매각, 애꿎은 직원들에게 “체불임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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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실질 대주주 이상직에 임금체불 요구하자

이상직, 사재출연 대신 “체불임금 포기를”


한겨레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비행장에 멈춰선 이스타항공 여객기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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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 임금 처리가 이스타항공 매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스타항공을 사기로 한 제주항공 쪽과 팔기로 한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서로 체불 임금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서다.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대주주는 직원들에게 체불 임금 포기를 종용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이스타항공 설명을 종합하면, 경영진은 27일 근로자대표와의 간담회에서 ‘4~6월 정상근무 수당을 제외한 휴업수당 반납’ 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회사) 귀책으로 휴업 할 때에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줘야 하지만, 이를 받지 않겠다고 직원들 스스로 서명해달라는 요청을 경영진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현재까지 휴업수당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임금 체불액은 250억원에 이른다.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포기 요구에 나선 데는 제주항공이 최근 ‘딜 클로징’(잔금 납입)에 앞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지난 3월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서(SPA)에는 인수자가 이 문제를 안기로 돼 있었던 점을 염두에 두면, 제주항공의 최근 요구는 사실상 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제주항공도 돈줄이 마르면서 이 요구를 한 것으로 본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주항공이 계약금(약 100억원)을 떼이더라도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따라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경영진은 한 때 대주주의 사재 출연도 검토했으나 “출연할 사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직원들에게 체불 임금 포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두 자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이스타홀딩스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체불 임금 처리로 줄다리기를 하다가 엉뚱하게 임금을 체불 당한 직원들에게 떠안으라는 모양새인 터라, 직원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쪽은 “경영진이 임금반납(체불임금 포기)에 동의하면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식으로 압박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실업과 임금 포기란 두 선택지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스타항공 핵심 임원은 “직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어 다른 방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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