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국가부채가 40%가 넘어서면 어렵다는 주장을 당 대표시절 하신 적이 있다. 3차 추경으로 부채비율이 46.5%가 넘어서면 문제"라는 주 원내대표의 지적에 문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오참을 함께하고, 국정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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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과 관련해 주 원내대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있는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된다는 안심을 줘야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 없게끔 돼 있어서 북·미 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4.27판문점선언 등을) 비준 동의 해준다면 큰 힘이 된다. 10.4, 9.19 선언 등은 열린 마음으로 봐달라. 정권이 어떻게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적 주목을 끌기 위해 하는 군사적 행동 이외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적대적 행동에 대해서는 상황 관리를 하고 있고,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 원내대표가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건 2018년 1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ㆍ야ㆍ정 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566일만이다. 애초 정오께 시작된 이날 회동은 오찬과 산책을 겸해 1시간 10분 정도로 예정됐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의 질문과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 형식으로 진행된 대화가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두배가 넘는 2시간 36분이나 진행됐다.
다음은 회동 후 가진 주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와 강 대변인의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문 대통령과 주 원내대표의 분야별 주요 대화내용.
◇3차 추경
주 원내대표=“한해 들어서 3번이나 추경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수있는 것인가. 어느 항목에 추경이 필요하고 효과는 어떤 것이며 재원 대책은 어떤 건지 국민이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국회가 추경을 주어진 회기안에 충실하게 심사하는게 아니라, 정치현안으로 시간을 보내다 회기 마치기 직전에야 부랴부랴 예결위를 열어 통과시키지 않았나. 추경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어쨌든 (추경통과)결정은 신속히 내려달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2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위해 강기정 정무수석과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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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주 원내대표="많은 국민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를 인식하고 있다. 야당이 추천하게 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위원 2명은 법 제정 과정에서 야당에게 비토권을 준 것으로, 그 2명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꼭 지켜달라."
문 대통령="대통령 주변 특수관계자, 즉 측근도 대상인데 검찰 견제수단으로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근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위안부
주 원내대표="이 정권이 (박근혜 정부 때의 한·일) 합의를 무력화하고, 3년째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헌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 과정 중에서 보상과 관련해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고, 그런 관점에서 윤미향 사건도 나왔다”
문 대통령="(2015년 12월28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해결이 되지 않았다.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과 사전에 (합의내용을) 공유했으면 받아들였을수도 있는데 일방적이었다. 위로금 지급식으로 정부 스스로 합의 취지를 퇴색케 한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다.”
◇원전
주 원내대표="신한울 3ㆍ4호기에 7000억원이나 들어갔는데, 공사를 안 해 원전 건설 생태계가 깨지고, 수출에도 지장이 있다. 계약회사나 지역의 어려움, 에너지 전환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공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유럽의 다른 나라처럼 칼같은 탈원전(을 하는 게) 아니다. 설계수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계획 단계에서 보상하고 안 하는 것이다. 설비를 봐도 과잉 상태다.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비중이 13%로 알고 있는데,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코로나19
주 원내대표=“희생이 있는 분들이 손해를 전적으로 감당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 거점병원이나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달라.”
문 대통령=“수치나 자료로 드러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다 책임지고 보상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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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원내대표는 오찬 말미에 “특임장관 시절, 정부 입법 통과율이 4배로 올라가더라. 야당 의원의 경우 청와대 관계자와 만나는 건 조심스럽지만,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나기 편하다”며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노영민 실장에게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 친이명박(MB)계 정치인인 주 대표는 MB 정부때인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특임장관(정무장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재선 국회의원이기도 해 야당 의원들과 소통이 원활했다. 정무장관이 있을 경우 청와대 정무 수석은 주로 여당과, 정무장관은 주로 야당과 소통하는 게 관례다.
처음 만날 때 ”날씨가 좋습니다“라는 주 대표의 인사말에 문 대통령은 ”예. 반짝반짝“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날씨처럼 대화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 얘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말을 받았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겠다고 주장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오찬 모두에 주 원내대표가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언급하면서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덕담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는데, 강 대변인은 “야당 일각에서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등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했던 것에 대한 언급”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여ㆍ야ㆍ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등 정례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오가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 있으면 현안 이야기하고 현안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며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론 크게 나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국회 불자모임 회장을 역임한 주 원내대표를 위해 사찰음식인 능이버섯 잡채를 준비했다. 메인 메뉴는 비빔밥이었는데,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권호ㆍ심새롬ㆍ윤정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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