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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송현동 부지 정말 계속 보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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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은 회장이 이 땅의 매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땅을 팔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서울시의 인수 가능성 제안에 대한항공이 "가격이 맞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입장을 전달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28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장인인 고(故) 김봉환 전 의원 빈소에서 일부 기자를 만나 서울시 외에 다른 매수자가 없다면 "송현동 부지를 계속 갖고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현재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전날 열린 제7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에서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하며 송현동 땅을 둘러싼 논란을 키웠다. 서울시의 이 안은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이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건위는 조속한 공원결정 및 부지 매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을 받고 사들인 땅으로 대한항공은 이곳에 한옥호텔 및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현재 이 땅은 북촌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돼 건축물 높이가 3층, 12m 이하로 제한된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주택 이외에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없으며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100~200%로 묶인다. 단독주택이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1종 근린시설만 지을 수 있어 사실상 수익성이 크지 않다. 그마저 문화공원으로 지정되면 건축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이 땅을 둘러싼 가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부동산업계는 이 부지 가치를 5000억원대로 보고 있고, 대한항공은 이보다 높은 6000억원 안팎으로 시세를 가늠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매입 희망가는 감정평가액이다. 서울시는 이 부지의 공시지가가 3100억원 정도로 이보다 조금 비싼 수준에서 감정평가액이 나올 것으로 판단, 이 가격에 인수할 의사가 있음을 대한항공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충분한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 팔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조 회장도 직접적으로 "땅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산은·수은은 지난 26일 1조2000억원의 금융지원을 결정하며 2021년말까지 대한항공에게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하라는 특별약정을 내걸었다. 이중 1조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만큼 나머지 1조원은 자산 매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다른 매각 대상자산의 가치를 3000억~4000억원으로 추산했을 때 송현동 부지 매각에 기대야 하는 측면이 높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에 난감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만약 송현동 부지 매각이 물 건너 가고 자본확충 실패로 금융지원에 차질이 생기면 대한항공 위기는 장기화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임원 임금을 최대 50%까지 반납하고, 전 직원의 70%를 순환 휴직시키는 고강도 자구책을 지속하고 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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