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장인인 고(故) 김봉환 전 의원 빈소에서 일부 기자를 만나 서울시 외에 다른 매수자가 없다면 "송현동 부지를 계속 갖고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현재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전날 열린 제7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에서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하며 송현동 땅을 둘러싼 논란을 키웠다. 서울시의 이 안은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이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건위는 조속한 공원결정 및 부지 매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을 받고 사들인 땅으로 대한항공은 이곳에 한옥호텔 및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현재 이 땅은 북촌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돼 건축물 높이가 3층, 12m 이하로 제한된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주택 이외에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없으며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100~200%로 묶인다. 단독주택이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1종 근린시설만 지을 수 있어 사실상 수익성이 크지 않다. 그마저 문화공원으로 지정되면 건축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이 땅을 둘러싼 가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부동산업계는 이 부지 가치를 5000억원대로 보고 있고, 대한항공은 이보다 높은 6000억원 안팎으로 시세를 가늠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매입 희망가는 감정평가액이다. 서울시는 이 부지의 공시지가가 3100억원 정도로 이보다 조금 비싼 수준에서 감정평가액이 나올 것으로 판단, 이 가격에 인수할 의사가 있음을 대한항공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충분한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 팔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조 회장도 직접적으로 "땅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산은·수은은 지난 26일 1조2000억원의 금융지원을 결정하며 2021년말까지 대한항공에게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하라는 특별약정을 내걸었다. 이중 1조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만큼 나머지 1조원은 자산 매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다른 매각 대상자산의 가치를 3000억~4000억원으로 추산했을 때 송현동 부지 매각에 기대야 하는 측면이 높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에 난감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만약 송현동 부지 매각이 물 건너 가고 자본확충 실패로 금융지원에 차질이 생기면 대한항공 위기는 장기화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임원 임금을 최대 50%까지 반납하고, 전 직원의 70%를 순환 휴직시키는 고강도 자구책을 지속하고 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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