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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주느라 SOC예산 1조 삭감…경기부양 `아랫돌` 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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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 빠진 한국판뉴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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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와 고흥을 잇는 화양~적금 도로건설공사는 예타 면제를 받아 성공적으로 진행된 지 자체 SOC사업으로 꼽힌다. 사진은 도로계획에 포함된 2공구 화양대교를 건설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전남도청]


"코로나 때문에 분양이 한없이 밀리면서 사업비 이자만 한 달에 15억원씩 물었어요. 지방은 대부분 분양이 연기돼 홍보대행사는 물론 견본주택 홍보도우미들까지 일자리를 잃고 있는 비상 상황입니다."(지방 건설업계 관계자)

한국판 뉴딜을 준비 중인 정부가 건설산업을 도외시하는 것은 과거 건설업계를 '토건족'이라 부르며 비리를 일삼는 적폐 세력으로 간주하는 시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건설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받고 관련 종사자들도 일감이 부족해 빠르게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으로 인해 줄줄이 삭감되면서 경기부양이나 주민 편의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산업이 한국판 뉴딜에서 반드시 비중 있게 담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추진하기로 한 SOC 사업 예산 약 1조원이 코로나19 극복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으로 대거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공사 중지 사태에 대규모 SOC 사업 예산 삭감까지 겹악재를 맞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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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달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SOC 사업비는 5804억원 삭감됐는데, 그중 철도 사업 투자계획 변경이 5500억원에 달했다. 또 △군 일반 지원시설 공사비 조정(967억원) △경찰서 등 청사 신축 사업 조정(1200억원) △가거도항·미세먼지 저감숲 공사 일정 반영(500억원)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사업 규모 조정(500억원) △울산신항 공사 일정 반영(201억원) △대학 시설 공사 일정 지연(200억원) △빗물 저장 시설 설치 조정(120억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는 정부 예산이 대폭 깎였다.

지방자치단체 SOC 사업도 예산 삭감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동북선(왕십리~상계 구간) 경전철 건설 비용 733억원을 삭감했다. 이는 동북선 예산 942억원 중 77%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줄이 막혀 사업 지체로 고사 위기에 처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올해 1분기로 예정됐던 아파트 분양 일정이 잇따라 밀리면서 신규 공사 발주가 멈춘 가운데 기존 현장도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건설 기업 86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주택사업자 중 65.5%는 "현재 사업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고, 중소 주택건설 기업은 11.3%가 "부도 직전 수준"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건설업계 체감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59.5로 7년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58.2)보다 겨우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기준선인 100에서도 한참 아래로,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망도 비관론이 팽배하다. 건산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 규모는 최대 10조1000억원에 달하며 다른 업종에 미치는 효과를 포함한 전체 생산액 감소 규모는 최대 2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대 11만1000명에 달하는 취업자 수 감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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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한 줄기 빛으로 기대했던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건설산업이 소외된 것으로 알려지자 건설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뉴딜은 철저히 디지털산업 육성 중심으로 세부 사업에 토목·건설 관련 사업은 전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관계자도 "한국판 뉴딜 세부 선정 기준에 따르면 다리나 철도를 놓는 것과 같이 디지털과 연관성이 없는 단순 토목사업은 아예 선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SOC 예산을 줄여 코로나19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결국 '아랫돌을 빼어 윗돌에 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경기를 진작하려면 내년 SOC 사업을 앞당겨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라며 "국내 건설사업에서 정부 비중이 40%가량인 만큼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감염병 대응 추경에 SOC 사업 비율을 높여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편성된 추경 4조5000억원 가운데 SOC 예산은 1조5000억원으로 33.3%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대구의 경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SOC 사업을 적극 추진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지역내총생산(GRDP) 중 건설투자 비중이 최대 33.2%에 달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역시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등을 활용해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건설은 '과거 전통산업'이라고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뉴딜 사업이라고 하면 경기부양이 가장 큰 목적인데 효과가 가장 큰 건설업이 빠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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