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도민인 김정현 씨는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대표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도민카드'를 발급받으면서 편리함이 커졌다. 김씨는 "도서관을 방문해 QR코드만 찍으면 인증이 되고, 개인 사진이 담긴 플라스틱 카드를 보여주지 않아도 돼 유용하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신분증(Decentralized Identity·DID)의 주목도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DID란 정부나 기관이 개인정보를 볼 수 없는 '탈중앙화 신원증명'으로, 위·변조가 어려워 보안성이 높고 사용자가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어 차세대 신분증으로 각광받는 기술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로 새로운 본인인증(신원증명)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민간 인증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각축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때 민간 인증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DID다.
지금까지는 각 기업 홈페이지에 일일이 가입하면서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내 정보를 관리했는데, DID를 활용하면 개인정보를 내가 관리하면서 기업에는 나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정보만 알려주면 된다. 신원증명에 필요한 개인정보는 내 스마트폰 지갑에 저장되며, 기업은 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임의의 키만 제공받기 때문에 훨씬 보안이 강화된다.
LG CNS·라온시큐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최근 공공기관을 통한 시범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DID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LG CNS와 라온시큐어, 언맨드솔루션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따낸 '세종시 자율주행차 플랫폼 구축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라온시큐어가 지난 12일 따낸 경상남도의 'DID 기반 디지털 공공서비스 플랫폼 구축 시범사업'도 블록체인 기반의 신원증명 사업이다. 해당 DID 플랫폼은 라온시큐어의 '옴니원(OmniOne)'을 통해 구현된다. 옴니원을 통해 구현된 모바일신분증을 이용하면 모바일 도민카드, 스마트학생증을 대체할 수 있고 신원확인 과정 간소화로 행정비용이 줄어든다.
앞서 병무청은 지난 1월 공공기관 최초로 블록체인 간편인증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병무청 민원포털 사이트는 DID를 통해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공인인증서 없이도 로그인과 신원확인 절차가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도 DID를 활용한 인증서 발급을 추진하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인 '쏠(SOL)'에서 DID 인증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DID 인증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DID가 공인인증서를 어느 수준에서 대체할 지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DID 표준 기술 개발과 관련해 주축이 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연합이 짜여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SDS, LG CNS 등을 주축으로 한 '이니셜 DID 연합' ▲라온시큐어와 삼성SDS등이 참여하는 'DID 얼라이언스'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이콘루프를 중심으로 한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등이 있다.
DID 인증 방식은 강점으로 확장성이 꼽힌다. 블록체인 서비스 시장이 태동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LG CNS가 지난 26일 DID 기술서비스 전문기업인 캐나다 '에버님'과 DID 글로벌 표준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것도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에서다. LG CNS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신분증 개발을 추진하고자 업무협약(MOU)를 맺었다"며 "DID의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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