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수요시위서 울먹인 정의연 “검찰, 몸 편치 않은 할머니 쉼터까지 들이닥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후원금 부실운용, 쉼터 고가매입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기억연대가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시위에서 압수수색 등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세계일보

27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지난 한 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다”며 “1440차 수요시위 직후인 20일 오후 5시부터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검찰은 약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21일 오전에는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마포 쉼터에까지 들이닥쳤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정의연은 당시) 외부 회계 검증 절차를 추진하며 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공익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뒤였으며, 쉼터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정의연은 검찰의 모든 수사 절차에 협조적이었음은 물론, 대부분의 문서 자료가 압수된 이후에도 화살처럼 쏟아지는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려 노력했다”고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했다.

그는 지난 25일 이뤄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다.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다.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30년 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피해자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고 문제해결이 지연된 근본원인을 스스로를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27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일보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최근 정의연에 대한 각종 비판과 의혹 제기가 잇따르는 것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사무실 앞과 주차장을 점유하고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주변인들에게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고 마구잡이식 폭탄전화를 걸며, 심지어 비공개 피해자와 가족들을 괴롭히는 행동을 제발 멈춰 달라”며 “이 끔찍한 광풍의 칼날 끝에 무엇이 남을지 깊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이 이날 수요시위에서 밝힌 입장문 전문.

정의기억연대의 지난 한 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보수단체들의 무차별 고소·고발에 이어 5월 20일~21일 양일에 걸쳐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었습니다. 1440차 수요시위 직후인 20일 오후 5시부터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검찰은 약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하였고, 21일 오전에는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마포 쉼터에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압수수색 종료 이틀만인 지난 토요일, 검찰의 출석통보를 받았으며, 화요일(26일)에는 검찰의 첫 번째 면담조사도 진행되었습니다.

외부 회계 검증 절차를 추진하며 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공익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뒤였으며, 쉼터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의연은 검찰의 모든 수사절차에 협조적이었음은 물론, 대부분의 문서 자료가 압수된 이후에도 화살처럼 쏟아지는 언론의 각종 ‘의혹’제기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려 노력했습니다. 공정한 수사와 신속한 의혹 해소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지난 30년 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피해자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고 문제해결이 지연된 근본원인을 스스로를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들리지 않거나 왜곡되어 수신되어 온 식민지 여성인권 침해와 성폭력의 역사를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와 언론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단독’이란 이름하의 왜곡.짜집기·편파보도가 매일 수도 없이 쏟아지고, sns에는 온갖 가짜뉴스와 막말이 넘쳐나며, 지식인들조차 단편적이고 일그러진 정보 얹기에 바쁩니다. 물어뜯고 할퀴고 아물 길 없는 상처내기에 급급합니다.

식민주의, 군국주의, 가부장제 체제의 민족과 젠더, 계급의 문제라고 그렇게 목 놓아 외쳤건만, 반일, 반미, 종북, 민족주의, 페미니즘, ‘한일관계의 걸림돌’ 등 온갖 단일 프레임은 죽지도 않고 한꺼번에 일어나 돌팔매질의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용수 인권운동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제발 멈춰주세요. 이것이야말로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의 실태를 알리고 스스로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30년이란 세월을 딱 그만큼 후퇴시키며, 우리 모두를 다시 1990년에 서 있게 하는 행위입니다.

그러기에 정의연은 이 운동을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오늘 수요시위에 섰습니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며 기약할 수 없는 미래를 다시 상상하려 합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부디 더 이상의 억측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앞과 주차장을 점유하고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주변인들에게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고 마구잡이식 폭탄전화를 걸며, 심지어 비공개 피해자와 가족들을 괴롭히는 행동을 제발 멈춰 주세요.

이 끔찍한 광풍의 칼날 끝에 무엇이 남을지 깊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일제 식민지의 끔찍했던 시간, 대한민국 모두가 침묵했던 시간, 수많은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시민들이 함께 진실을 위해 싸웠던 시간, 그 시간의 무게와 깊이를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어제 5월 25일, 또 한분의 피해 생존자가 별이 되어 하늘로 가셨습니다. 정의연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피해자들의 희망을 붙들며, 인권운동가가 되신 피해자들의 유지를 받들어, 수요시위의 장을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과 인권교육의 장, 한·일 시민들은 물론 전 세계 시민들의 평화로운 만남의 장으로 변함없이 계속 지켜나가겠습니다. 이 땅에 전쟁과 성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끝으로 이 처참한 일로 상처 입으신 분들, 절망의 시간에도 함께 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더 사과드리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