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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장애아 폭력에 팔 꺾었는데…'법정 서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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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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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6월. A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12살 아이가 학교에서 특수교육실무사 B씨에게 맞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B씨는 이에 대해 교육 목적상 반항하는 아이의 팔을 어쩔 수 없이 꺾었다고 주장했지만 아이는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양측은 결국 과잉 폭행 여부를 두고 소송전에 돌입했다. B씨가 팔만 꺾은 것이 아니라 아이 허리 위에 앉았다는 동료 교사의 진술에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전적인(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발달장애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교사들의 무력 수단 동원 여부가 일선에서 해결되지 않고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통제를 위한 방법은 분명히 필요한데 그와 관련된 훈육 지침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교육청은 아동학대 문제와 연결돼 쉽사리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인데, 하루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 부재 속 커지는 갈등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춘기에 접어드는 발달장애인 학생들은 때때로 주위에 폭력을 휘두르는 등 도전적인 성향을 보인다. 일부 교사들은 신체적 접촉을 동원해 제압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과잉 폭력이라 주장하지만 교사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세세한 복무규정이 없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적인 행동을 바로 제압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지만 아직 무소식이다.

결국 당사자들은 '솔로몬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해결이 안되니 법정으로 향하는 셈이다. A씨는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이 엄청 고생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폭행이 발생하면 관련 기준이 없어 재판을 통해 해결을 봐야하는데 교육청의 방치 속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의 골만 커진다"고 강조했다.


법정서도 갈리는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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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의 부재는 법정에서도 그 여파가 나타난다. 판결 결과도 실제로 자주 갈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법원은 발달장애 증세가 있는 5세 아동이 놀이도구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바닥에 드러눕자 팔을 잡아 밀치거나 세게 붙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 C(3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피해아동은 14일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법원은 '훈육의 과정'이었다는 C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A씨의 재판에서는 B씨의 '훈육의 과정'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감시카메라 영상 등의 물증이 없는 경우 주변인이나 아이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사표현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어 폭행 사실 여부조차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교육청 "매뉴얼 악용 소지 커…진행 안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가이드라인이 악용될 소지가 너무 커 기준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검토를 해봤지만 근본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허용한다는 방침 자체가 아동학대랑 연결돼 있다"면서 "해결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답답한 심정은 이해하나 관련 지침이 악용될 수 있어 개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아이가 교사에 폭력을 휘두르면 자리를 피하거나, 다른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면 대신 맞아주라는 지침을 내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결국 특수아동의 문제 행동과 관련해 상시적으로 소통하면서 사건 발생시 중재할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재위를 통해 소통이 원활해지면 교사가 불가피하게 신체적 접촉을 통해 아이 제압에 나설 경우 이를 납득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된다는 주장이다. 감시카메라를 특수반 등에 설치해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A씨는 "아이가 도전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을 학부모도 인지하고 있기에 교사들도 이와 관련해 도움을 미리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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