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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돈 좇은 글로벌 제약사, 3년전 코로나 백신 연구 제안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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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혁신 의약품 이니셔티브(IMI)에 가입된 글로벌 제약사들이 3년 전인 2017년 유럽연합(EU)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성 병원체 백신 연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우선한 제약사들의 판단이 코로나19 팬더믹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IMI는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약품산업협회(EFPIA) 회원사들이 공동 출자한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 세계 최대 민·관 협력 파트너십이다. EFPIA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노바티스·화이자·릴리·존슨앤드존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 필수 의약품 등을 공동 연구·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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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국제물리연구소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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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이 입수한 유럽기업감시(COE)보고서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2017년 EFPIA에 자금을 지원하며 코로나바이러스 등 세계적으로 발병 우려가 높은 병원균 관련 백신 연구를 제안했다. 미리 백신 연구에 착수해 당국의 승인 절차를 최소화하자는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동물 실험이나 임상 환자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컴퓨터 기반의 ‘실리코 모델’을 연구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COE 조사 결과 EFPIA는 이를 거절했다. 경제적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백신 개발 실패에 따른 부담 대신 시장성 높은 신약에만 투자하는 제약업계의 관행을 따른 것이다.



COE “대형 제약사, EU 기금 어디에 썼나”



COE에 따르면 2018년 12월 IMI 이사회 회의록에는 “EU 집행위가 제안한 연구 범위는 EFPIA 업계가 지원하지 않는 분야”라며 EU 집행위 제안을 거절한다고 적혔다. 아울러 “메르스와 사스 등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에 대처하기 위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사업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COE는 보고서에서 IMI가 대형 제약사 위주로 운영되면서 ‘세계적 대유행 대비’보다 각 사의 수익 창출을 위한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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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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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IMI가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주로 알츠하이머(17개), 당뇨(12개), 암(10개) 치료제에 집중돼 있다. COE는 “IMI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질병 치료제에만 집중됐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공보건의료를 위해 우선 선정한 25개 연구 분야도 다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IMI에 지원된 EU 기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제약사들이 IMI 회원사라는 장점을 이용해 ‘공공 연구’보다 각사가 개발하는 신약 연구에만 집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OE는 IMI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가디언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보도를 인용해 세계 20대 제약회사가 지난 한 해 진행한 400개 연구 가운데 감염병 관련 연구는 65개인데 반면 암 관련 연구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백신 연구를 꺼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IMI “감염병 백신 연구 우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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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의과대학 백신연구팀의 폴 매케이 박사가 코로나 바이러스 DNA가 포함된 박테리아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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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측은 COE의 보고서와 관련, “IMI는 처음부터 감염병 관련 백신 연구를 우선했다”고 즉각 반발했다. IMI 대변인은 가디언에 “2017년 EU 집행위의 제안은 2015년 에볼라 팬데믹 이후 진행된 ‘자피’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지원이 핵심이었다”며 “COE의 보고서는 IMI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유럽 시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오해를 줄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IMI에 따르면 당시 EU 집행위의 제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외 결핵·자가면역질환·디지털 보건도 연구 주제로 포함됐다. IMI는 “EU 집행위는 임상 시험 모델 개발을 중심으로 연구 주제를 제안했고,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는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7년 IMI 프로젝트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는 에볼라 등 자피 프로젝트에 집중됐던 것일 뿐, 의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배제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예산 사용처에 대해선 “IMI 예산의 3분의 1은 에볼라, 결핵 관련 질병 백신, 항생제 내성 연구 등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빈곤층의 삶과 직결되는 약물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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