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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욕은 지금, 인간들의 식당이 문닫자 쥐가 쥐새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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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찾아 대낮에 거리 점령은 기본

동족 포식 위해 서로 물어뜯어 죽여

설치류 전문가 "미국은 쥐떼끼리 전쟁중"

두 달간 이어진 미국 내 코로나 봉쇄령으로 식당들이 문을 닫은 탓에 쥐떼가 굶주리고 있다. 굶주린 쥐떼가 먹이를 찾아 대담하게 대낮 거리를 점령하는 것도 모자라, 동족 포식을 위해 서로를 물어뜯어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외식을 그리워 하는 건 인간뿐이 아니었다”(뉴욕타임스)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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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최근 홈페이지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봉쇄 조치로 상업 밀집 지구에서 쥐떼가 이용할 수 있는 음식이 감소했다”며 “비정상적이거나 공격적인 쥐떼의 행동과 관련한 서비스 요청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설치류 학자인 바비 코리건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뉴욕에서 수백 세대에 걸쳐 밤마다 하수구와 골목에서 나오며 식당이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에 의존해 온 쥐떼 군락들이 있었다”며 “코로나 봉쇄령 이후 군락들은 모두 사라졌고 쥐들은 굶주리고 절망하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 봉쇄령 이후 각 도시에선 쥐떼가 굶주림으로 인한 이상행동을 보였다. NYT에 따르면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집 안에만 있자 쥐떼가 먹이를 찾아나서 거리를 점령했다. 시카고에선 수천마리의 쥐가 대낮 거리에 나타나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일부 쥐떼는 자동차 엔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배고픔에 동족을 포식하기도 한다. NYT가 인용한 일부 도시 병충해 방역 전문가들에 따르면 쥐떼는 배고픔에 서로의 새끼를 잡아 먹으며 음식물을 두고 다투는 중이다. 코리건 박사는 “쥐들이 사람에 공격적이게 되는 것보다 서로를 향해 더 공격적으로 돼 가고 있다”며 “이들은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 습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각) 쥐떼가 주택가를 습격하며 공격적으로 먹이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만 지난달 설치류 관련 민원이 800건 이상 접수됐다. 이에 CDC는 굶주린 쥐떼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각 가정과 사업장마다 쓰레기 처리에 유의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특히 반려동물의 음식을 마당에 두지 말라고도 했다.

미 국립해충관리협회 수석 곤충학자 짐 프레더릭스 박사는 NYT에 “일단 식당들이 재개장하면 쥐들은 그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코로나 봉쇄로 인해 쥐떼의 전체 개체 수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들은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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