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뒷줄 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맨 왼쪽),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둘째)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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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시작 직전에 2000자가량의 모두발언에서 '재정'이란 단어를 총 23번, '위기'란 단어를 8번 언급했다. "재정이 경제위기의 치료제이자 백신"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재정을 공격적으로 투입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고칠 수 없는 난치병 환자로 전락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회의 내내 강조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관련해서는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표현했다. 3차 추경안, 2021년도 예산안이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재원, 세수 등 단어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나라 곳간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반드시 필요하고 논의 타이밍이 왔는데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문 대통령은 재원 마련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곧이어 발표될 3차 추경이 정부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30조~40조원 규모를 넘어서 초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3차 추경 규모를 당초 예상됐던 30조원보다 크게 늘리자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전망된 30조원보다 10조~20조원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3차 추경안은 최대 5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여당안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미 총선 직전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로 여당과 합의했다가 전 국민 지급으로 갑자기 바꾸는 '뒤통수'를 맞은 적 있어 이번에도 당정 협의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증세론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말했다.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을 담당한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출의 중심 이동이 필요하며, 각 부처 내부에서 사업 간 경계를 넘어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하고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총 24조8000억원에 이르는 지난 1·2차 추경에선 국방비를 비롯해 공무원 연가보상비, 기금계획 변경 등을 통해 올해 예산을 당겨 썼다. 3차 추경 또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무기 구입, 공무원 교육비 등에 추가 지출 축소가 예상된다. 이날도 회의에서 국방부 측 참석자는 "더 이상의 군비 감축은 힘들다"며 애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홍 부총리에게 "각 부처에서 스스로 지출 구조조정을 할 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특정 예산을 감액하기보다는 부처의 의견을 수용해서 반영하라는 의미인데 지난 1·2차 추경 편성과 부처별 예산 감액 과정에서 타 부처들과 적잖은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는 방증이다.
이날 당정청은 재원 확보를 위해 탈루소득 과세 강화와 국유재산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해 총수입 증대 노력도 병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고액 부동산 보유자 등을 타깃으로 한 집중 세무조사와 더불어 국가 소유의 유휴 부동산 등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춰 국세청은 최근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국세청은 불법 대부업자·고액 임대소득 건물주 39명, 명의위장 유흥업소·클럽, 성인게임장 15명, 허위·과장광고 건강보조식품업체 등 35명, 다단계·상조회사 등 20명을 포함한 총 109명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고강도 세무조사 분위기가 세수에는 '찔끔' 도움이 되고 전반적인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유휴 부동산 매각 등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근본적인 세수 펑크와 재정난 해결을 위해서는 증세를 포함한 재원 확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적자가 엄청난 만큼 내년에는 어느 정도 세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증세는 보통 첫해에는 효과가 바로 안 나타나고 두 번째 해부터 효과를 나타내는데, 증세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 7월에 세제 개편안에 꼭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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