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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천예선의 현장에서] 180석과 리쇼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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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업인들은 요즘 모이기만 하면 190석 얘기를 합니다. 노동 정책이 강화될 게 뻔한데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회귀)은 어불성설이죠.”

정부가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에 대해 재계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시민당 180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이용호 의원) 1석을 합쳐 범여권 의석수가 190석이란 의미다. 180석 이상이면 야권과 협력 없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단독으로 할 수 있다.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의석수다.

재계는 리쇼어링은커녕 21대 국회에 슈퍼여당이 쏟아낼 ‘친노동·반기업’ 법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비정규직의 노조 대표 활동 보장,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이 대표격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힘든데 기업을 옥죄는 다수의 규제법안이 무방비로 통과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전자업계 임원은 “2분기 실적은 과거에 보지 못한 숫자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 전사적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에 정부가 외치는 리쇼어링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생산적인 노사문화, 낮은 세제 혜택, 과도한 반기업 정서 등 국내로 돌아와선 안 될 이유가 돌아올 이유보다 더 많다.

실제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기관 텔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주요 제조 및 유통기업 302곳 중 254곳(84.1%)은 “유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부정적이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92.4%에 달했다.

법인세를 낮추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한다고 해도 ‘갸우뚱’이다. 해외로 이전하면서 부품, 소재, 장비 등 협력사들이 모두 같이 떠났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구축된 산업 생태계를 단번에 돌리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지난주 LG전자는 구미 TV 생산라인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긴다고 밝혔다. 지난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것의 연장선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009년부터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수원 사업장 내수용 TV 생산라인도 2018년 모두 철수해 베트남에서 들여오고 있다.

해외 이전을 통한 사업 효율화는 기업들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기업은 철저하게 수익과 효율로 움직인다. 기업이 돌아오려면 유턴의 과실이 보장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팩토리 구축,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공장 이전 비용 전액 부담, 수도권 공장 건설 완화, 법인세 등 과감한 세제 혜택 등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이후 ‘탈세계화’와 ‘탈중국화’가 부상하고 있다. 기업도 생산거점이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깨달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대에 기업 유턴을 위한 ‘당근’이 무엇인지 정부와 여당은 숙고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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