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21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tbs 뉴스공장’에서 한 말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남편이 안성 위안부쉼터에서 탈북자들에게 “월북을 종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김씨는 “돈을 해먹었다고 하다가 그게 어느 정도 먹힌다고 생각하니 이제 간첩으로 몰고가는 것”이라며 이같은 보도를 ‘간첩몰이’로 규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조국 사태’ 때처럼 김씨가 본격적으로 윤 당선인 엄호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야당에선 “김어준씨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 조국 사태와 닮은 꼴”(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이라며 우려섞인 반응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씨에 대해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걸어 다니는 음모론”이라고 평가했다. 김씨가 요즘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방송인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씨가 왜 이런 평가를 받는지 최근 논란이 된 정치 쟁점들을 중심으로 그의 논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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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논란의 희화화ㆍ경량화
김어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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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23일 방송된 ‘다스뵈이다’에서 김씨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적극 엄호했다. 조 전 장관의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이후 고려대 진학을 기반으로 한 ‘의전원 입학’이 논란이 되던 때였다.
김씨는 이를 “별 것도 아닌 의혹이 부풀려졌다”는 식의 논법으로 방어했다. 그는 논문 제1저자 등재와 관련 “친구 아빠한테 가서 전문가 영역의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언론은 뭔가 특혜를 주고 받은 것처럼 기사를 낸다”며 “이번 논문은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한 2~3시간 윈도우 프로그램 돌리는 것이다. 이 친구(조민)는 매우 성실하게 그걸 해서 기특하다고 그걸(1저자 등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의혹은 검찰이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의전원 장학금 수령 의혹을 두고는 “X소리다. 사람들은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X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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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냄새가 난다”…음모론 불지피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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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난다”는 말도 그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김씨는 “냄새가 난다”는 표현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잦다.
조국 사태 때인 지난해 8월28일, 그는 ‘뉴스공장’에서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 검색어를 구글 트렌드를 통해 들여다보면 ‘조국 사퇴하세요’는 서울에 집중돼있다”며 “확인된 것은 없지만 한 지역의 사람들만 사퇴를 검색하는 움직임은 부자연스럽다. 매크로의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냄새가 난다”는 그의 말은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性) 착취물 제작ㆍ유포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에 대해 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달 6일 “(정치 공작의) 냄새가 난다”고 말하자, 친문(親文)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검찰n번방공작’이라는 키워드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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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작전의 일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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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식으로 음모론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23일 ‘다스뵈이다’에서 그는 당시 언론보도와 야당의 공세를 두고 “조국은 보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선 후보다. 차기를 없애버리려고 하는 작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자식(조민) 공격하는 건 그 연령대(20대)를 자극해서 온라인 댓글작업하기도 가장 좋다”며 조 전 장관 딸 관련 의혹을 ‘댓글작업의 수월성’과 연계했다.
지난달 6일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야당이 “우리당 인사가 유사 사건에 연루될 경우 정계에서 퇴출하겠다”고 하자 김씨는 이를 두고도 “공작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성명을 내지 않았느냐. 이건 고민해서 만들어진 메시지다”→“ 민주당 쪽에서 강한 여성과 30ㆍ40대에게 충격파를 줄 수 있는 것”→“민주당의 n번방 연루자가 나올 테니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키라는 이야기”라는 논리구조를 따랐지만 그 근거는 “돌출 발언이 아니라 성명이라 의심스럽다”는 것 말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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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해명 돕는 ‘스피커’도 자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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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에 시달리는 여권 인사를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켜 적극적으로 해명 답변을 유도하는 것도 김씨의 논법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3일 윤미향 당선인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에 출연시킨 뒤 질문 중간중간에 “누군가 윤미향 당선자가 국회에서 활동하는 걸 매우 싫어하는 건가” “3300만원을 맥줏집에서 썼다는 식의 보도는 완전 거짓말” “정의연이 돈이 있어야 착복을 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야당에선 “의혹 당사자를 불러놓고 핵심적인 질문할 시간도 모자란데 저런 질문을 하는 건 대놓고 변론을 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 사태가 정점으로 향하던 지난해 10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첫 육성인터뷰를 한 곳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당시 조국 씨 딸은 억울함만 잔뜩 늘어놨고, 명색이 진행자라는 김 씨는 ‘표창장 조작 의혹’ 같은 쟁점은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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