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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종교를 한 상에 차려낸 인문서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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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스러운 한 끼
박경은 지음
서해문집 | 308쪽 | 1만6000원

음식과 종교를 씨줄·날줄로 삼은 흥미로운 이야기 39편을 한 권의 책에 맛깔스레 차린 음식인문학서다. 기독교와 불교·이슬람교는 물론 정교회·유대교·힌두교·자이나교 등 종교와 관련된 음식이 방대한 자료, 저자의 체험, 사진들로 엮어졌다.

종교와 음식의 관계를 살피는 것은 의미가 크다. 빵과 포도주를 비롯해 콘플레이크·아티초크 등 현대인이 즐기고 있는 많은 음식이 사실 종교적 신앙에서 유래하거나 지금도 연관돼 있어서다. 이브를 유혹한 선악과는 무엇일까, 버터가 종교개혁 불씨가 되고 소시지가 교회를 화나게 한 사연은? 무슬림이 라마단 기간에 즐기는 성대한 만찬으로 인기 관광상품인 이프타르의 맛은….

스님들을 미소 짓게 한다 해서 ‘승소’라 불리는 국수와 사찰음식의 끝판왕이라 할 수륙재 상차림, 한·중·일 3개국의 사찰음식 비교, ‘금주’가 한국 개신교의 징표가 된 역사적 연원 등도 책 속에 펼쳐진다. ‘최후의 만찬’ 식탁의 빵에는 누룩이 들어 있었을까 없었을까. 사소해 보이지만, 이 견해 차이로 가톨릭과 정교회는 지금 누룩을 넣지 않은 빵과 넣은 빵을 각각 사용한다.

‘요리하는 PD’로 유명한 이욱정 PD는 “신을 위한 제단에는 특별히 준비된 ‘요리’가 필요했을 것이기에 인류 최초의 셰프는 제사를 주관한 사제였을지 모른다”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식욕만큼이나 지적 욕구가 솟구친다”고 추천사를 썼다. 언론인인 저자는 머리말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저마다 고유한 존재의 본질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위”라며 “숭고한 음식이 때로 배척과 혐오를 낳는 낯섦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서로의 낯섦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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