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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빚 적어서 지원 못 받나'…LCC업계, 기간산업기금 발표에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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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산업기금 요건 '차입금 5천억·근로자 300인 이상'

제주항공·에어부산만 지원 대상…형평성 논란 우려

보릿고개 버틸 대안 없어…LCC업계 재편 앞당겨지나

뉴시스

[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2020.04.02.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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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40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만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CC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에서 배제되는 항공사는 '버티기 장기전'이 힘들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의 구체적 지원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항공사는 제주항공, 에어부산 뿐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은 항공·해운 등 2개 업종 내에서 총 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이다. 총차입금에는 장·단기 차입금과 리스부채 등이 포함된다.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올해 5월1일 기준 근로자수를 기금지원 개시일부터 6개월간 최소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CC 4개 상장사의 1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제주항공 1484억원, 진에어·에어부산 300억원, 티웨이항공 65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운용리스 항공기에 대한 유동성·비유동성 리스부채를 더하면 제주항공의 총 차입금은 6416억원, 에어부산은 5605억원으로 늘어 기준을 충족한다.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리스부채를 포함해도 총 차입금이 5000억원 미만이다. 신생 LCC 플라이강원의 경우 근로자 수도 300명이 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다.

LCC업계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LCC 업계에 대한 30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출 지원책도 아직 절반 수준만 집행된 상황이다.

LCC들은 지난해 7월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 노선이 타격을 받았고, 올들어서는 코로나19 악재에 사실상 모든 국제선이 마비됐다. 현재 제주항공 외에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6개 LCC는 모든 국제선을 셧다운 중이다.

그나마 3월 말부터는 국내선 운항편 확대 등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지만, 5월 들어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국내여행의 인기도 한풀 꺾였다.

여객 급감에 국내 모든 LCC는 1분기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이미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모든 업체가 순환근무제, 유·무급휴직 등 비상경영체제로 고정비 절감에 나섰지만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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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15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5.15.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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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비용 절감 외에는 보릿고개를 버텨나갈 대안도 마땅치 않다.

대형항공사(FSC)들은 화물 운송으로 손실폭 줄이기에 나섰지만, 대부분 LCC는 대형기가 없으니 화물 수요를 통한 실적 만회도 할 수 없다.

또한 FSC는 다음달부터 기업 출장 등 상용 수요를 기대하며 일부 국제선 노선을 재개하지만, LCC들의 상황은 다르다. LCC는 대부분이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를 통해 수익을 거뒀다.

여객 수요가 회복되려면 일단 상대국의 입국금지 및 제한 조치가 풀려야 하고, 위축된 여행 심리가 살아나야 한다. 대부분 LCC가 국제선 복항 계획을 빠르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LCC들은 하반기는 돼야 국제선 재운항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만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확정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만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게 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LCC 관계자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노력해온 업체가 똑같은 어려움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차입금 설정 기준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라며 "장·단기 차입금과 리스 부채 외에 다른 세부 항목들이 포함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발 위기가 국내 LCC 업계의 시장 재편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분석도 이어진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주요 항공 시장의 과거 역사를 살펴 보면, 자유화 이후 경쟁 심화와 재편 과정을 거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대형 항공사들이 수혜를 누렸다"라며 "예상치 못한 팬데믹 발생으로 인해 글로벌 항공 시장이 다시 한 번 재편 과정을 맞을 것"으로 봤다.

이어 "일본 불매운동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시점이 앞당겨지긴 했으나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장에 맞춘 적절한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장 재편 시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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