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접촉식 감지기로 일제검문식 단속 재개
1차감지→2차감지→음주측정의 3단계 방식 도입
오감지 문제는 아직 해결 못해…교통체증 문제도
19일 오후 11시,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비접촉식 음주운전 감지기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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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음주 단속 중입니다. 에어컨 꺼주시고 마스크 잠시 벗어주세요. 불지 말고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목적지는 어딥니까?”
지난 19일 오후 9시 40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진행된 음주운전 단속 현장. 단속 경찰이 운전자에게 말을 걸며 비접촉식 음주운전 감지기를 안으로 넣자 ‘삐-’ 소리가 울렸다. 재확인을 위해 경찰이 입김을 불어 사용하는 감지기를 운전자 앞에 갖다 대니 또다시 ‘삐-’ 하고 울렸다. 경찰은 다시 음주운전 측정기를 꺼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확인했다.
“술 안 마셨는데…”라며 억울해하던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00%. 두 알코올 감지기 모두 오작동한 것이다.
차에서 내려 음주운전 측정까지 한 운전자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손소독제 만지고 그랬다고” 반발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티슈나 손세정제에 있던 알코올 성분이 감지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지됐던 일제검문식 음주 단속을 지난 18일 재개하면서 운전자가 숨을 불 필요가 없는 비접촉식 음주운전 감지기를 도입했지만 ‘차량 정체’와 ‘오감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경기 광주시 음주단속에서 지적된 비접촉 감지기의 잦은 오감지로 이번에 경찰은 음주 검문 과정에 기존감지기를 더해 1차 감지→2차 감지→음주측정의 3단계로 확인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50cm 길이의 지지대에 부착된 비접촉식 음주운전 감지기는 작동한 지 약 5초 후 차 안의 공기 중 알코올 성분을 분석해 음주 운전 여부를 판별한다. 그러나 이 기계는 손소독제, 구취 제거제, 매니큐어, 물티슈에 있는 적은 양의 알코올 성분을 감지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이 양손에 음주운전 감지기를 들고 있다. 왼쪽은 기존에 사용하던 부는 방식의 감지기와 오른쪽은 비접촉식 감지기.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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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경찰은 “비접촉식 감지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끄도록 안내한다”며 “운전자에게 마스크를 벗고 말을 하게 해 비접촉 감지기가 공기 중의 알코올을 탐지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검문 시간이 서너 배가 걸리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부는 방식의 감지기를 일회용으로 사용해 2차 보완한다”고 덧붙였다.
새로 도입된 음주 검문 방식이 생소한 시민들은 음주 단속반 경찰의 안내에도 비접촉식 음주운전 감지기를 보고 ‘아’하고 입을 벌리는 등 혼란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단속으로 차량 정체가 이어지자 한 운전자는 “왜 이렇게 길이 막히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비접촉식 감지기의 오작동은 지난달 시범 사용 때보다 줄었지만 검문의 정확도를 높이느라 시간이 지체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날 차량 한 대 당 검문 시간은 약 15초 정도. 실제로 음주 단속으로 인한 도로 정체 때문에 경찰은 검문을 시작한 지 15분만인 오후 9시 50분께 밀린 차량을 내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검문에는 한 번만 쓸 수 있는 기존 방식의 감지기가 총 25대 준비됐다. 운전자의 비말이 튈 수 있어 비접촉식 감지기가 울리면 한 번 사용하고 수거하는 식이다. 이날 오후 9시 30분부터 11시 40분까지 검문에서는 10건 정도 비접촉식 음주운전 감지기가 작동했고 기존 방식의 감지기도 10대가 사용돼 밀봉됐다. 그러나 실제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최웅희 서울 강서경찰서 교통과장은 “이전보다 오감지가 줄었다”며 “신형 감지기 숙련도를 높여 효율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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