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청서, 올해도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한국 측 책임"

일본 정부는 19일 공개한 올해 외교청서에서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해 한국의 대응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2020년판 외교청서는 일본 정부가 ‘구 조선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이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아 중재위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번 외교청서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고 적었다. 이어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태의 시정을 요구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기술했다.

외교청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된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와 관련 파기나 재교섭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일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청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일본의 수출 관리 문제에 연결 지어 GSOMIA 종료 결정을 발표했으며, 이에 일본이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한국이 GSOMIA 종료 효력 통보를 정지한 것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현재의 지역 안보를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안보 고려’라는 표현은 한국이 GSOMIA 종료 유예 결정 과정에서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청서는 또한 지난해 7월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두고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자와 기술의 무역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할 당시 전략물자의 대북 반출 우려를 제기하며 한국을 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은 이번 외교청서에서도 독도 영유권과 관련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영토” “한국이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며 왜곡된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일본 정부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도 이날 오전 11시쯤 외교부 청사로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일본 측의 조치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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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이 19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는 내용을 담아 각의에 보고한 2020년판 외교청서 표지. 연합뉴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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