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시행→국민 항의→정부 대책 마련 패턴 반복
주소지 이전으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된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이다.
15일 행정안전부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안부는 거주지 이전으로 정부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된 사람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 현 거주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변경안을 검토 중이다.
한 카드사 메인화면에 띄워진 지원금 접수 안내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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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소지 이전으로 재난지원금 수령·사용이 제한됐던 이른바 ‘이사 인구’의 민원이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3월 29일을 기준으로 세대주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 접수와 수령이 가능하도록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이날 이후 전입신고를 한 세대주들은 지원금을 받아도 사용처가 이전 지역으로 묶여 있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기준일 하루 차이로 이사해서 억울하다" "고속도로에서 8시간 걸리는 지역으로 돌아가서 사용하라는 건가" "재난지원금 쓰러 비행기 타고 제주도까지 갈 뻔 했다" 등의 불만이 잇따랐다. 지자체나 카드사 콜센터에도 이같은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글도 올라온 상황이다. 지난 13일 올라온 ‘재난지원금 3월 29일 이후 이사자, 사용지역제한 변경가능 개선요청 건’이란 제목의 글을 쓴 사람은 "3월 29일 기준 경기도에서 거주하다가 5월 초 경상남도로 전입했다. 지급 신청은 이미 개시됐는데 쓸 방법이 없다"며 "지원금 신청 시 증빙서류를 첨부해 실거주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 이틀 동안 약 800명이 이 청원글에 동의했다.
특정 전입신고일을 기준으로 해 재난지원금 사용에 불편함이 생기는 ‘이사 인구’ 문제는 앞서 시행됐던 지자체 재난지원금에서도 드러난 문제다. 자치단체마다 지급 기준으로 삼는 전입신고일이 달라 특정 기간에 이사한 사람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꼼꼼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부금 유도’ 논란을 비롯해 매번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시스템 구축을 새로 해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이었던 11일에는 신청 화면을 헷갈리게 만들어 놔 실수로 기부를 했다는 민원이 쏟아졌고, 이에 정부는 각 카드사에 신청 화면 개선과 기부 취소 지침을 내려보냈다.
일각에선 국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인 만큼 사용 가능 지역 자체를 제한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 기간과 지역을 제한한 것으로 인해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사용지역 제한 기준을 폐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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