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몰·일부 업종은 결제 안돼
주민등록지 기준 광역지자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프랜차이즈 직영 매장은 본사 소재지따라 사용 여부 달라져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을 신청받기 시작한지 이틀만인 13일부터 재난지원금이 실제로 지급돼 시중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재난지원금으로 풀리는 재원은 14조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재난지원금을 계기로 숨통이 좀 트일까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재난지원금, 못 쓰는 곳만 기억하세요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금융권과 협의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포인트로 지급할 수 있게 했다. 금융권에선 재난지원금 14조원 중 카드를 통해 10조원 가량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현금과 비슷하다. 카드로 상품 값을 결제하면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매장에선 포인트가 먼저 차감된다. 신용·체크카드 포인트로 제공되기 때문에 카드 결제가 되는 매장이면 기본적으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할 수 없는 매장과 업종도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의 목적을 내수 소비 진작과 지역 소상공인 지원에 두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선 사용을 막았다.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삼성디지털플라자 등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유흥업종이나 위생업종, 레저업종, 사행업종에서도 재난지원금으론 결제가 안된다. 환금성이 큰 귀금속이나 상품권 매장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소개하면서 사용 제한 장소로 '대기업 및 대기업 계열사'라고 명시해 일부 대기업 계열 가맹점이나 직영매장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렇진 않다.
GS더프레시(옛 GS슈퍼)가 대표적이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이지만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롯데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대형 유통사가 운영하는 SSM에선 재난지원금 결제가 안된다. GS더프레시에서 결제가 가능한 것은 매장이 직영 뿐만 아니라 가맹 방식으로도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GS더프레시는 전국에 314개 매장이 있고 이중 152개가 가맹점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에서도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신세계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 쇼핑몰에서도 개인 사업자 등이 운영하는 임대매장에선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카드 매출이 신세계로 잡히는 매장에선 결제가 안되지만 개인이나 패션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에선 재난지원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롯데마트나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매장에서도 미용실, 약국, 사진관, 세탁소 등 개인 사업자가 낸 임대매장에선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마트들은 마트 내 임대 매장 사업자를 돕기 위해 마트 곳곳에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매장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영화관에서도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온라인 예매가 아닌 현장 구입 때만 사용할 수 있다. CGV관계자는 "거주지 광역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는 영화관에서 정부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며 "거주지와 다른 지역에서 영화를 볼 경우에는 재난지원금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랜차이즈 가맹 매장은 대부분 OK, 직영은 본사 소재지 따라 달라
개인사업자가 사업 등록을 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대부분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매장도 본사 소재지에 따라 해당 광역 지자체에선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가맹점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은 해당 소재 지역 주민이라면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반면 본사 직영 편의점은 본사 소재지인 서울 이외 지역에선 재난지원금 결제가 제한된다.
올리브영이나 롭스와 같은 헬스&뷰티 스토어도 서울 시내 매장에서 서울 시민만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할 수 있다. 모든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도 본사 소재지인 서울시민만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할 수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경기도민은 서울 양재역 스타벅스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서울시민이 성남 판교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것도 원칙상 안된다. 재난지원금의 거주지 기준은 지난 3월 29일 주민등록지가 있는 광역 지자체이다.
치킨집과 같은 브랜드 외식업종도 대부분 가맹 운영이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사용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단,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앱으로 주문할 경우, 현장 결제 방식으로 해야 한다.
주유소도 가맹 매장에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지역 곳곳에 있는 직영 매장은 본사 소재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유사의 경우 서울 본사가 아닌 지방의 공장을 사업자 등록지로 삼고 있는 경우가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브랜드 의류 매장과 안경점에서도 재난지원금 결제는 가능하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본사보다 빠르게 매장 사장님들이 움직여 재난지원금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출입구에 안내판을 붙여두고 있다"며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재난지원금 사용 불가 매장과 업종./행정안전부 제공 |
◇재난지원금 '착한 소비'로 내수 진작 이뤄낼까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점주들의 편익을 위해 매장 입구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를 알리는 포스터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매장이라는 것을 적극 홍보해 매출 신장에 기여할 방침이다. 다만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매장에 대해서도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를 알려야 할지에 대해선 편의점 업체마다 생각이 조금씩 갈린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이익 창출을 위한 홍보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직영점에 대해선 회사 내에서도 고심이 많다"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인데, 대형 유통 기업이 다 가져간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GS더프레시도 해당 사실을 매장별로 적극 홍보하진 않을 방침이다. 대기업 브랜드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지는 게 반가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GS더프레시는 이에 따라 대기업 SSM 중에선 유일하게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함에도 이를 알리는 '팝업 포스터' 등을 따로 붙이진 않을 방침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재난지원금의 취지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재래시장과 영세 소상공인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가까운 가게를 적극 이용하자는 '착한 소비' 붐이 일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대형마트에서 쓰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는 이번 지원금을 계기로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가 부양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면서 "적극적인 소비 활동으로 경제가 선순환돼야 골목상권이 살고, 유통기업도 간접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아이디어도 하나둘 내놓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에서 지도로 사용자 주변에 있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카드도 조만간 지도 조회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윤희훈 기자(yhh22@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