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초등 교과서에는 모두 실리지 않아"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교육부 정책연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여우야 뭐하니·쎄쎄쎄·고무줄놀이·끝말잇기 등 다른 전통놀이는 일본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민속학회는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수주한 '초등 교과서 전래 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 결과를 최근 교육부에 제출했다.
한국민속학회는 이번 연구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포함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쎄쎄쎄', 고무줄놀이, 사방치기(돌차기), 비사치기(비석치기), 끝말잇기, 연날리기, 구슬치기 등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 놀이 10개의 유래를 분석했다.
우선 학회는 '우리 집에 왜 왔니'에 대해 위안부 인신매매를 묘사한 일본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5월 학계 일각에서는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의 놀이노래 '하나이치몬메(花一もんめ)'와 유사하며, '꽃 찾으러 왔단다' 등 가사에서 '꽃'이 위안부를 가리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가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시 식민지 조선 아동에게 의도적으로 노래를 유포했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위)와 '하나이치몬메(花一もんめ)' 악보 비교. /연합뉴스 |
그러나 연구 결과 '우리 집에 왜 왔니'와 '하나이치몬메'는 놀이 방식에는 비슷한 점이 있으나, 노래 선율이나 가사 내용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놀이 모두 가위바위보를 해서 상대 놀이패에서 한 명을 데려가는 방식이라는 점은 같지만, '하나이치몬메'는 지명한 아이에게 특정 걸음걸이를 요구하거나 누굴 내줄지 상담하는 부분이 있는 등 상당히 다른 놀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충주 지역 '남대문놀이'나 광주 지역 '벌장수놀이' 등 일제강점기 전부터 지역별로 전승한 놀이와 유사하지만 '하나이치몬메'는 일본 문헌에 따르면 1930년대 후반 이후에 보급된 노래로 확인됐다.
학회 측은 "'하나이치몬메'를 위안부나 인신매매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중국과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놀이가 발견되는 등 세계적 보편성을 보이는 아동 놀이 형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10개 전통놀이 중 4개에서 일본 놀이·노래의 영향이 발견됐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 놀이노래 '키쓰네상 키쓰네상(きつねさん きつねさん)'과 놀이 형식과 노래 운율·리듬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쎄쎄쎄'는 일본에서 손뼉치기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 '아오야마 둑에서(靑山土手から)'와 선율에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오야마 둑에서'는 '셋셋세(せっせっせ)'로 시작한다.
고무줄놀이도 일제강점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일본식 노래가 도입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끝말잇기를 할 때 부르는 노래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구절 역시 일본 동요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현행 초등 교과서에는 10개 전통놀이가 모두 실리지 않았다"면서 "정책연구 결과는 시·도 교육청에 공유하고, 초등 교육과정에 필요한 놀이 자료 등을 개발할 때 참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유신 기자(run2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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