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T/F "현 조직 상황으론 대처 쉽지 않아" / 검찰청 내 전문 대응 위한 '수사본부' 설치 주장
‘박사방’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는 8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신종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있어 기존 수사기업에 기한 증거수집만으로는 조직화된 디지털 성착취 범행 전모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디지털 성범죄 전담조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 총괄팀장. 연합뉴스 |
T/F는 “이번 ‘박사방’ 사건 수사를 위해 TF를 구성하였으나 상설 부서가 아닌 한시적 운영만으로는 유사 n번방 방지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개인의 단독 사건이 아니라 다수인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조직범죄로 진화하는데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현 조직 상황으로는 이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T/F는 “현재와 같이 성폭력 전담 검사가 오프라인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를 함께 담당하면 업무 과중으로 인해 사건 지연이 예상되고 업무 대부분을 송치사건 처리에 치중해 종합적인 수사 여건 조성이 어렵다”며 “경찰 단계에서 사이버 수사만 부각해 사이버범죄 일종으로 분류되면서 성폭력 수사 특성에 맞는 수사가 미흡했던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남성 중심적인 시각 또는 낮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에 기인해 ‘성착취 영상물’ 사건을 단순 음란물로 인식 대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경미하게 처리되는 상황도 생겨났다고 보았다.
T/F는 디지털 성범죄의 전문적인 대응을 위해 중점 검찰청에 본부 기능을 하는 수사본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수인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국규모 범행이라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을 고려해 범행 전모를 규명하고 융합적으로 대응하는 중점 검찰청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박사방’ 사건과 관련해서는 “가상화폐와 텔레그램이라는 소셜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범죄형태”라며 “첨단기술이 최악의 범죄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박사방 사건에 가담한 가해자들에 대해 검찰은 “조주빈을 중심으로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물 제작, 성착취물 유포, 수익 인출로 역할을 분담한 유기적 결합체”라고 보았다.
이번 토론회는 이외에 T/F팀장을 맡은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 수사경과 및 개선 필요사항’을 발표했다. 또 여성가족부 이정연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정혜 연구위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소속 신성연이 활동가도 발표했다. 이후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검찰은 “최근의 법률 개정내용과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디지털 성범죄 사범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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