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장 지명된 랫클리프 “제재 완화 대가로 핵 양보 희망”
내퍼 부차관보 “다시 마주 앉길”
靑도 독자적 협력강화 나설 채비
北, 美대선 前 적극 나설지 의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미국발 ‘대화 재개 시그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이 비핵화 이슈를 사실상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잇달아 워싱턴에서 북한에 대화 촉구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는 것.
미국 정보 수장에 지명된 존 랫클리프 미 연방 하원의원은 5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외교적 해법 도출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인준청문회에서 “우리(미국)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진전을 이뤘는지 이루지 못했는지 말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외교적 협상을 이해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또 “그들(북한)이 대북제재 완화의 대가로 핵무기에 대해 어느 정도 양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제재 일부 완화와 핵무기 일부 양보 같은 비핵화 협상 출발점을 모색해 보자고 넌지시 꺼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도 같은 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서 “우리는 여전히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북한과 다시 마주 앉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활동 재개와 맞물려 미국에서 대화 재개 메시지가 전달되는 가운데 청와대도 독자적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는 10일 남북 교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북제재 등) 여건이 좋아지길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남북 협력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남북 협력 사업을 모색하겠다는 우리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선순환론을 재차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이 같은 노력에도 북한이 ‘관망 모드’를 접고 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내부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시급한 상황. 여기에 전염병 사태의 여파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행보가 이전보다 녹록지 않은 만큼 북한이 11월 대선 이후 협상 카운터파트 변경을 염두에 두고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가도가 실제로 수세에 몰릴 경우 ‘북한 카드’를 꺼내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또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발판 삼아 ‘빅딜’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만난다고 해도 큰 합의의 기틀을 만들어내는 수준의 접촉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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