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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일당 범죄집단조직죄 적용 마땅하다 [승재현 박사의 법대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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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오늘 청소년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조주빈(25)이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에서 활동한 공범인 ‘부따’(대화명) 강훈(18)을 구속기소했다. 다만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은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강훈 등 조주빈 공범 2명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가입·활동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었다. 또한 박사방의 운영에 깊이 관여한 13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유료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에 가담한 23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 가입·활동 혐의로 각각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도 했다.

조주빈 일당에 대해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간 다양한 의견이 대두했다. 필자는 조주빈 일당에게 ‘범죄단체’ 조직죄가 아니라 ‘범죄집단’ 조직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지난달 10일자 이 기고에서 주장한 바 있다.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는 2013년에 개정되었다. 기존 형법 규정으로는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 위험성이 큰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이에 가입·활동한 자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 구성요건에 ‘범죄단체’ 외 ‘범죄집단’을 추가하여 처벌 공백을 메우려고 개정한 것이다.

조주빈 일당이 저지른 반문명적, 반인륜적 범죄 행태는 아는 그대로다. 미성년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성폭행하고,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정상적인 행동을 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료회원들의 성적 욕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미성년자들에게 맞춤식 행동을 강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착취물은 유희와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조주빈 일당의 범죄 수법은 또한 정교하고 치밀하다. 여기에 더해 악랄하다. 성착취 동영상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미성년자를 유인하는 이가 있었고, 유인된 미성년자의 신원을 알아내는 공범도 있었다. 아울러 그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이도 있었다. 성착취 동영상의 배포 과정에서는 유료회원들을 단계별로 나눈 뒤 모집에 나선 공범이 있는가 하면 이들이 지급하는 돈을 찾아오는 이도 있었다.

언뜻 보면 점조직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계획적으로 제작·유통하려는 목적의 정교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 더해 성착취물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었다.

이러한 정교한 밑그림과 그들만의 네트워크 구축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들은 인터넷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조주빈 일당에게 현실 세계의 이름과 신분,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인터넷의 대화명(아이디)이 그들의 이름이 되었고, 박사방에서 하는 역할이 바로 신분이 되었다. 이처럼 이들은 상호 범죄로 뭉쳐진 집단 연대를 만들었다.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관계가 아니란 말이다. 현실 세계의 그 어떠한 집단보다 강하게 뭉쳐져 있었다.

검찰이 조주빈 일당을 상대로 아직은 범죄집단조직죄로 기소하지 않았으나 그렇게 기소함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사방에 가담한 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아주 길고 어려운 수사일 터다.

반문명적, 반인륜적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더욱더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세계일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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