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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어느 돌멩이의 외침·세탁기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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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어느 돌멩이의 외침 = 유동우 지음.

유신 초기인 1973년 초부터 1975년 4월까지 인천 부평공단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하다 탄압을 겪은 노동자 투쟁기다.

경북 영주의 소작농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다 19살에 상경해 섬유공장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

1973년 부평공단 최초의 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했으나 중앙정보부 개입으로 해고된 것은 물론 경찰에 구속되는 등 갖은 고초를 겪는다.

책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최소한의 작업 환경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노동자 시절을 거치면서 현실에 눈뜨고 각성해가는 과정과 눈물겨운 투쟁의 여정, 당국과 회사, 어용 노조의 방해를 이겨내고 작은 승리를 쟁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월간지 '대화'에 연재한 저자의 수기는 1978년 단행본으로 발간됐으나 즉각 금서로 지정돼 오래 유통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복사본이 널리 읽히면서 대학생 필독서로 떠올랐다.

'학원 자율화'가 시행된 1984년 복간된 이 책은 1990년대 초 절판됐으나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하는 11개 출판사의 공동 출간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번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저자는 "노동조합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삼엄했던 시절이어서 책을 통해 당시 노조 결성 과정에서 많은 동지의 역할을 일일이 기술하지 못해 모든 것을 나 혼자 한 것처럼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재출간을 주저해왔지만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이제는 고전으로 굳어진 이 책을 그대로 다시 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출판사 측의 제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철수와영희. 312쪽. 1만5천원.

연합뉴스


▲ 세탁기의 배신 = 김덕호 지음.

가전제품은 여성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했거나 최소한 부담을 크게 덜어준 것으로 인식되지만, 저자는 사실상 주부들에게 편리함, 편안함, 효율성 대신 더 많은 일을 만들어주었음을 논증한다.

저자는 이반 일리치, 루스 코완, 수전 스트레서, 메릴린 옐롬 등 여성과 가사노동·가사기술에 대한 연구를 검토하고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가 가사기술에 끼친 영향을 개괄하며 당시 미국 중심의 시대별 인구센서스와 잡지 광고를 통해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훑어낸다.

특히 20세기 전반을 통해 미국 가정에는 노동절약적이고도 시간절약적인 가전제품이 줄줄이 도입됐는데도 왜 여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났는지를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현재와 같은 소비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앞으로 더 많은 가전제품이 출현한다 해도 가사노동이 구조적으로 그림자노동을 벗어날 수 없고 그것이 대부분 주부만의 몫이라면 역사학자 루스 코완이 제기한 '기이한 패러독스'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동절약을 목표로 한 가사기술은 가정주부의 힘든 일은 줄여줬을지라도 가사노동 시간은 줄여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가사노동 시간이 지난 100년 가운데 60년 동안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 1960년대 들어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가전제품 덕분이 아니라 남자도 가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회인식의 변화 때문이고 분석한다.

그리고 가사노동이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최소한이라도 공평하게 분배되고 여기에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가사노동에서 할 수 있는 자기 일을 찾아서 부모를 돕는다면 '코완의 패러독스'는 상당 부분 해결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뿌리와이파리. 37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 이시형·박상미 지음.

방송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정신과 의사와 교도소와 소년원 수용자 등을 위한 '마음치유학교'를 운영하는 심리상담가가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이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빅터 프랭클(1905~1997)이 창안한 '의미치료(로고테라피)'를 소개한다.

두 저자에게는 프랭클 책을 통해 어려운 삶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시형 박사는 한국전쟁 중에 프랭클의 대표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아무리 힘든 현실이어도 죽음뿐인 그곳보다야 낫지 않은가'라는 위로를 얻게 됐다고 한다.

이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를 번역했으며 1990년대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랭클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 책 1장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깨달음과 한국적 맥락에서 의미치료를 적용하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음의 문 앞까지 이르게 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심리상담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박상미 박사는 독일에서 의미치료의 놀라운 효과를 체험한 후 의미치료 교육에 앞장선다. 그는 책 2장에서 불안·공포·강박, 성적 불만, '이번 생은 망했다'는 비관적 생각 등 구체적 사례별로 의미치료의 해법을 소개한다.

3장은 두 저자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치료의 참뜻과 실제 적용 사례에 관해 나눈 대화를 실었다.

특별한서재. 328페이지. 1만6천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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