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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초벌 부추, 봄 가자미에 양파 곁들여…춘곤증 쫓는 5월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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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영실의 작심3주

오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하(立夏)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노래처럼 5월은 새잎으로 단장한 나무들이 세상을 푸르게 물들이고 어린아이처럼 키가 쑥쑥 자라는 계절이다.

첫째 주, 기력 돋우는 양기초 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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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는 양기초(陽起草), ‘기력을 돋워 주는 채소’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예로부터 봄에 나는 부추는 인삼·녹용보다 더 좋다고 해 처음 나는 새싹은 양반의 밥상에 오르는 귀한 식품이었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은 발병한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발생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학술지에 실린 암 발생 ‘예방가능백분율’을 우리나라 암 발생 양상에 적용하면 식생활을 개선함으로써 약 41%의 암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부추에는 베타카로틴·함황화합물·클로로필·플라보노이드 등 항암·항산화 작용을 하는 영양소가 풍부하다.

부추의 독특한 향을 내는 함황화합물은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타민B1의 흡수를 돕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살균 작용을 한다. 부추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활성산소가 세포를 산화시키는 것을 강력히 막는 항산화 기능이 있다. 활성산소는 암 발생을 촉진하는데, 부추에 들어 있는 천연 항산화제는 세포의 암화(癌化)를 부추기는 신호를 차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부추는 베도 다시 자라므로 계속 먹을 수 있다. 처음 수확한 초벌 부추부터 6월에 수확하는 6벌 부추까지 먹는데, 영양소와 항산화력 모두 초벌 부추가 가장 우수하다. 잎이 크게 자란 것보단 둥글며 작고 끝이 마르지 않은 게 좋다. 뿌리 쪽의 흰색 줄기 부분이 많은 것이 더 맛이 좋다. ‘채소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부추 겉절이·김치·지짐이·만두·해물찜 등 다양한 조리에 응용할 수 있다.

둘째 주, 면역 영양소 품은 가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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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상대방을 곱게 쳐다보지 않을 때 ‘가자미눈을 뜨고 본다’고 한다. 가자미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어 마치 흘겨보는 것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와 달리 가자미는 눈이 왼쪽에 몰려 있는 광어와 짝을 이뤄 헤엄친다고 해서 사랑이 지극한 연인과 부부를 뜻하는 비목동행(比目同行)을 상징하는 물고기다. 해양수산부가 5월의 수산물로 선정한 가자미는 요즘이 살이 쫄깃하고 단단하며 씹는 맛이 가장 좋다. 질이 좋은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 함량은 아주 낮다.

가자미에는 면역 시스템의 효율적인 작용을 위해 필수적인 미량영양소, 셀레늄이 풍부하다. 셀레늄은 면역 기능을 증강 시켜 세균·박테리아 등을 효과적으로 퇴치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세포 면역 기능을 높여준다. 또한 셀레늄은 과산화지질의 생성과 세포막 손상을 예방한다. 과산화지질은 활성산소가 지질과 반응해 만들어진 물질로 콩팥에서 배설되지 않고 조직이나 장기 또는 세포에 서서히 침투해 세포를 파괴한다. 셀레늄은 생성된 과산화물을 제거해 세포 손상을 억제하므로 노화 방지, 암 예방, 피부 질환 개선 및 피부를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두뇌 조직의 셀레늄 농도는 정상인의 60%로 셀레늄의 결핍은 신경전달물질의 대사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미는 구이·조림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지만 다른 생선보다 비린내가 적어 제철인 요즘, 생가자미를 넣고 끓인 가자미 미역국은 영양만점 보양식이다.

셋째 주, 천연 고혈압 예방약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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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식물이다. 기원전 3000년께 이집트에서 식용했다는 증거가 고분 벽화로 남아 있다. 1세기, 그리스에서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높이기 위해 주스로 만들어 먹기도 했으며 심지어 즙을 몸에 바르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도 원기 회복에 좋은 식물로 알려진 양파에는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다.

양파의 폴리페놀 성분인 쿼세틴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구조상 수산기(-OH)가 많아 지방산의 산화를 막는다. 여러 연구를 통해 양파의 쿼세틴 성분이 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파의 매운맛을 내는 알리닌계 휘발성 성분은 위와 장의 점막을 자극해 소화액 분비를 촉진한다. 또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성장을 억제해 위장을 보호한다.

양파는 껍질이 매끄럽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구(球)가 큰 것이 좋다. 쿼세틴과 같은 기능성 물질은 겉껍질에 가장 많고 속으로 갈수록 적어지기 때문에 여러 겹을 벗겨내지 않도록 한다. 양파 생채나 겉절이는 알리닌과 같은 영양소의 손실 없이 먹을 수 있다. 육수를 넣고 끓인 양파 수프나 쌀과 함께 갈아 쑨 양파죽은 훌륭한 아침 대용식이다. 장수(長壽) 연구자 미국 하버드 의대의 알렉산더 리프 교수는 “세계 어떤 지역도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이 지닌 장수촌으로서의 명성을 따라잡지는 못한다”고 했다. 캅카스 지역에서도 10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 ‘압하지야’다. 압하지야인의 장수 비결은 제철에 나는 신선한 채소를 먹는 것이다.

5월의 푸른 기운을 받아 땅을 뚫고 나온 부추와 양파, 그리고 제철 생선 가자미로 차린 밥상이야말로 최고의 장수 밥상이다.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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