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통합당 어디로
상임전국위 재추진 힘들어지자 심재철 “내 역할 여기까지” 입장문
차기 원내대표 선거 8일 예정… “당 비전 논의 가려질 수도” 우려
“빨리 선출해 공백 줄여야” 의견도… 黨 결정 들은 김종인 “안타깝다”
30일 오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처리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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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지도부가 30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공을 차기 원내대표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러자 당 안팎에선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거가 ‘김종인 찬반 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김종인 비대위’ 무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해온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며 “이제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에서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다시 열어 깔끔하게 정리한 뒤 차기 지도부에 넘겨 주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지만 전국위원회 의장(정우택 의원)이 회의를 소집하기 곤란하다고 해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상임전국위 재추진에 대한 반발로 성원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왔고 신보라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적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원만한 절차와 소통을 이뤄내지 못해 면목이 없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는 등 진통이 이어졌다.
심 원내대표는 사실상 ‘진공’ 상태인 당 리더십의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 8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6일 전후로 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황보승희 안병길 등 부산지역 초선 당선자 9명은 성명을 내고 “선거를 최대한 앞당기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당 리더십 공백과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이전투구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고문들과 청년비대위 측은 “원내대표 선거가 김종인 찬반 투표로 흘러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 이명수 김태흠 유의동 의원, 김기현 권영세 조해진 당선자 등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찬반이 서로 갈려 있는 상황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내분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것.
통합당 청년비대위를 주도하는 천하람 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의 근본가치를 2020년의 현실에서 업데이트해내야 하는 상황인데 원내대표 선거가 미래 비전 논의가 아닌 ‘친김종인 대 반김종인’으로 흐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차기 지도부가 ‘김종인 논쟁’이 아닌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비대위 김재섭 위원은 “심 원내대표가 전국위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바람에 이제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해도 반발이 이어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당의 원로들도 ‘정치 실종’ 상황을 조기에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 당 상임고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당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전체 당원이 모여 지도력 있는 사람을 뽑고, 그 속에서 지도력을 길러 나가야 한다”며 “원내대표 선거조차 김종인 찬반 투표가 되면 집권 가능성이 없는 정당이 된다”라고 했다. 목요상 고문은 “당 구성원들과 선거를 지휘한 김 내정자도 말을 아끼며 자중자애할 시간”이라며 “서로 손가락질하며 분란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이날 김 내정자에게 전화를 걸어 ‘차기 원내지도부 일임 결정’을 전하자 김 내정자는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내정자가 비대위원장직 수용 또는 거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차기 원내지도부의 생각이나 방침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김종인 비대위 무산 가능성은 높아진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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