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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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박사' 조주빈(24)이 검거된 이후 경찰은 디지털성범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했고, 이달 22일을 기준으로 디지털성범죄 관련 사범 340명을 검거해 51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몇몇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현재 경찰 수사의 최대 난관은 n번방을 최초로 만든 '갓갓'을 검거하는 일이다. 갓갓은 조씨보다 먼저 텔레그램 내 성착취 음란물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을 제작했다. 그리고 금품을 받고 이를 유통했다.
갓갓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것은 그를 추적할만한 흔적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갓갓은 텔레그램 대화방에 '수능을 준비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자신이 사용하던 텔레그램 계정도 탈퇴했다. 흔적이 남는 가상통화 대신 문화상품권을 받아 추적을 피했다.
갓갓은 잠적하기 전까지 뉴질랜드 클라우드 서비스 메가 클라우드를 이용해 성 착취물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7개월 이상 잠적하다 지난 1월 갓갓은 돌연 일부 사용자에게 메가 클라우드 링크를 남기도 했다. 메가 클라우드는 해외에 본사를 둬 보안성과 익명성이 강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고 그 때문에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데 사용된다.
또 메가 클라우드가 한국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특성상 로그 기록의 저장 기간과 용량에 한계가 있어 갓갓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을지 미지수다.
갓갓과 관련한 수사는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에서 맡고 있다. 경찰은 갓갓 추적과 관련해 "범위를 좁혀가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자세한 수사 상황을 밝히진 않고 있다.
경찰은 또 조주빈의 공범으로 지목된 닉네임 '사마귀'를 특정하기 위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사마귀는 앞서 구속된 '부따' 강훈(18), 육군 일병 '이기야' 이원호(19)와 함께 조씨의 핵심 공범으로 통한다.
경찰은 텔레그램 성 착취물 관련 피의자 가운데 사마귀가 있는지 신원을 파악하는 것을 비롯해 사마귀 검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마귀에 대해서도 의미있게 수사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마귀가 검거되면 조씨와 그 핵심 공범들 간의 공모 관계는 물론, 범죄집단을 조직해 활동했는지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에 대한 신상 정보 등을 파악하기 위해선 텔레그렘 측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수사 협조에 별 응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텔레그램 내외부에 흩어져 있는 여러 단서를 모아 추적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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