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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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지급 틀에 기부라는 개념을 억지로 끼워 맞추다보니 일회용 특별법까지 나왔다.”(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 “위기 때마다 모았던 국민의 에너지를 다시 한번 응집시키길 바라는 것.”(청와대 핵심 관계자)
재난지원금에 이어 이젠 재난기부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안에 합의하고 28일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본격 진행했지만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정부·여당이 기부를 강요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이 적지 않아서다. 이른바 '관제 기부'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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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왜
전혜숙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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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전혜숙 행정안전위원장 명의로 27일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국가가 기부금을 받고 이를 고용보험기금으로 쓰겠다는 내용이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출연하여 설립된 법인·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5조)고 돼 있다. 국가의 기부금 접수를 금지하고 있기에, 재난지원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국가가 받기 위해선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기부금은 ‘국가지원금 미수령 또는 반납’이란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원금 기부분을 모아 고용보험기금에 활용하는 데에도 몇 가지 관련법(고용보험법 등) 개정이 필요한데, 기부금품법을 비롯한 법안 여러 개를 일일이 검토해 다 고치려면 입법 노력·시간이 적잖이 소요된다”며 “적기 지급이 관건인 일회성 지원금 특성상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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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얼마나 될까
28일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 및 기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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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는 외부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많아야 2~3조원가량 환수”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소득자나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분들이 대략 10%에서 20% 가까이는 최소한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 지도부 의원은 “30%까지는 쉽지 않다고 보고, 최종 환수는 15% 선에서 많아야 2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 지급을 위해 재설계한 2차 추경 규모가 14조3000억원이다. 따라서 기부라는 형태로 국가로 돌아오는 비율이 15%~20%라면 대략 2조1000억원~2조8000억원가량이 예상 환급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일각에서 “수십조 목표 모금 캠페인 강제” 전망이 나온 데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이 “근거 없는 관측”이라고 일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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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 기부' 논란 확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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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자발적 기부'를 당연시하는 여권의 움직임을 두고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적자 국채를 눈가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기재부 2차관 출신 송언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출과 세입이 맞지 않는 이상한 법안”이라며 “나랏빚을 늘리는 전국민 지급안을 가져와 놓고 뒤로는 ‘가진 사람은 플러스로 더 내라’고 강요하는 기형적 행태”라고 했다.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도 “국민을 소득에 따라 편 갈라놓고 한쪽 편에 기부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재정정책을 기부로 메우겠다는 발상부터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관제 기부’ 논란은 특히 공직사회로 확산 중이다. 예결위 소속 한 통합당 의원은 “정부나 여당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이나 기업들은 ‘기부금 +알파’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며 “이름만 자발이고 실제로는 강제로 변질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 편의를 위해 마음대로 기부금 용처를 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 의원은 “고용보험기금은 고용보험가입자를 위해 사용되는 기금인데 재난지원기부금을 왜 임의로 여기에 돌려쓰느냐"고 했다.
국회 행안위는 이날 재난지원금 미수령 시 자동 기부되는 시점을 ‘3개월’에서 ‘신청 마감일’로 바꾸기로 정했다. 행안위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기부의사표시로 간주하는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청 마감일은 추후 행정안전부에서 별도로 지정할 예정이다.
심새롬·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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