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속 상승에서 급락 돌아선 WTI
S&P 6→7월물 조기 교체 통보…“투자 주의”
“수요 회복 전까지 변동성 장세 불가피”
5월 황금연휴 기간 대응 못하는 것도 리스크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V자’ 반등 기대를 모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치면서 원유 선물 투자자들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저장 시설 우려로 6월물이 급락하면서 기초지수를 산출하는 지수사업자도 지수구성 종목 특별 교체를 통보하는 등 원유 선물 시장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은 물론 1배 추종 상품까지 변동성 상황이란 점에서 전문가들은 원유 선물 ETP(상장지수상품)에 대한 투자는 시기상조라고 조언했다.
◇S&P, 최악 막기 위한 ‘특단 조치’
28일 한국거래소 공시 사이트 카인드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각 증권사는 ‘상장지수증권 투자유의 안내’ 공시를 통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의 기초지수 산출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기초지수의 롤오버(월물 교체) 방식이 특별 변경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지시간 28일 현지 장 마감(한국시간 29일 새벽3시30분) 이후 해당 기초지수의 구성 종목은 WTI 원유 선물 6월물에서 7월물로 전량 롤오버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도 S&P 지수를 추종하고 있어 6월물에서 7월물로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S&P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이유는 6월물의 가파른 가격 하락에 있다. 현지시간 22일 19.10%, 23일 19.73%, 24일 2.66% 등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V자’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졌지만 27일 24.55% 폭락해 배럴당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도 -37.63달러를 기록한 5월물처럼 ‘지하’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난 것이다.
산유국 연대체 OPEC+의 5월 감산 합의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 않고, 그에 비해 전 세계 저장설비 용량은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는 점도 시장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량 조절을 통한 수급 완화보다 수요회복이 전제돼야 국제유가의 상승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두달 동안 원유 ETP, 2.5조원 사들인 ‘기름 개미’
7월물로 롤오버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슈퍼콘탱고 상태에서 롤오버는 비용을 초래한다. 또 연초 60달러에서 거래되던 7월물은 27일 18.08달러까지 떨어졌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지난 21일에는 28.88%가 폭락하기도 했다.
5월물이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보여준 만큼 관계자들은 보유 월물 마이너스 진입으로 인한 전액 손실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1배 추종시 ETN은 추종하는 월물이 마이너스로 진입시, ETF는 보유 월물이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전액 손실 가능성이 높다.
또 오는 5월 1일부터 OPEC+의 감산이 시작되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운영되기 때문에 WTI 가격은 시시각각 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주식 시장은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5월 5일은 어린이 날로 휴장을 하기 때문에 거래 재개되는 익일 그 변동성을 더 크게 반영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가가 급등락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초부터 4월 28일까지 개인은 KODEX WTI 원유선물(H)을 1조6453억원, TIGER 원유선물Enhanced(H)을 3253억원,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2816억원,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2177억원을 사들였다. 다 합치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기간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005930)(5조5223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괴리율 차이로 인해 4월 초부터는 거래소와 증권사, 운용사들이 앞다퉈 위험성을 경고를 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수치다. 우량주를 저가 매수하는 ‘동학 개미’와 “투자를 자제해달라”는 당부에도 원유 선물 ETP를 사들인 ‘원유 불개미’가 공존했던 셈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회복 전까지는 공급과잉 우려 속 유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P 투자는 여전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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