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유소와 휘발유 가격차 역대 최소폭 기록
알뜰주유소 가격경쟁력 줄어…점포수도 정체
최저가 공급하는 정유사도 수익성 고민 커져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알뜰주유소. [한국석유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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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고유가 시대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겠다며 문을 연 알뜰주유소가 출범 9년여 만에 존립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알뜰주유소의 최대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매년 5억원 규모의 예산이 알뜰주유소 사업에 투입되고 있어 ‘혈세 낭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28일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주유소 가격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리터(ℓ)당 가격차는 이달 6일 17.3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유사 계열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과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이 동시 집계된 지난 2015년 이후 역대 최소 폭이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11월 일반주유소보다 최대 100원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겠다며 도입됐다. 한때 60원 넘게 저렴한 시기가 잠깐 있었지만 최근 ‘국제유가 쇼크’에 일반주유소와의 가격 차별성은 되레 더욱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각 정유사가 제공하는 할인혜택과 포인트 적립까지 고려하면 일반주유소와의 가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저유가가 심화될수록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 간의 변별력은 떨어진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알뜰주유소에 기대한 장점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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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알뜰주유소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시들어지면서 점포수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달 27일 현재 알뜰주유소는 총 1192개다. 도입 2년여 만인 지난 2013년 1000개를 돌파한 이후 7년째 1100개 선에 머물고 있다.
입지도 주로 도심이나 대도시가 아닌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지금처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선 소비자들이 알뜰주유소를 찾을 동인이 더욱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의 알뜰주유소는 12개로 전체의 1%에 불과하며 경기 수원도 4개, 성남은 3개에 불과하다.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최저가로 공급하는 만큼 알뜰주유소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해외 수출물량 수익 등을 통해 그 공백을 메워왔는데 최근 글로벌 석유수요 감소 탓에 내수와 수출 모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반면 알뜰주유소 사업에 꾸준히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 2013년 54억원에서 2019년 5억2500만원으로 줄었지만 존폐 위기에 놓인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
주유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 등은 알뜰주유소가 촉발한 과잉경쟁으로 주유소들의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초 석유 소비시장의 과점 형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알뜰주유소 필요성은 유효하다고 본다. 국제유가 급락 등 외부 변수로 변동성이 커진 시점에서 최근의 상황만 가지고 알뜰주유소의 존폐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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