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이후로 최저수준으로 급락했다.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지난달에 비해 하락폭은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은 지속되고 있다. 주택가격전망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 정부의 규제책까지 겹쳐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0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7.6포인트(P) 내려간 70.8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12월(67.7)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9년 장기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2월부터 석 달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락폭은 2월 7.3P, 3월 18.5P였다. 이달 낙폭은 역대 최대였던 3월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평상시에 비해서는 상당히 큰 폭이어서 코로나19가 소비심리를 여전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34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4월에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이 심화되면서 경기·가계 재정상황 관련 지수가 모두 악화됐다. 현재경기판단(31), 향후경기전망(59)은 각각 7P, 3P 하락했다. 두 지수는 2008년 12월(25, 55) 이후 최저치다. 또 현재생활형편(77), 생활형편전망(79)는 6P. 4P씩 내려갔다. 각각 2009년 3월(71), 2008년 12월(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가계의 소비 수준을 예상한 소비지출전망(87)은 6P 떨어져 2008년 7월 한은이 월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83)은 4P 내려가 2008년 12월(82) 이후 가장 낮았다.
이달에는 집값에 대한 기대감도 추락했다. 주택가격전망(96)이 16P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 정부의 규제정책 등으로 주택가격 하락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전망의 낙폭은 2013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2017년 8월 정부가 8·2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같은 낙폭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달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되는 6월 내로 집을 팔려는 절세 매물이 늘어나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5% 떨어져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옅어졌다. 임금수준전망(102)이 7P 내려가 2008년 7월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취업기회전망(58) 또한 6P 하락해 2009년 3월(55)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로 경기전반이 악화되면서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되자 일자리, 임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악화된 것이다.
이달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석 달 연속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한 당시에는 전월대비 12.7P 급락한 이후 2개월에 걸쳐 10.2P 추가하락했다. 총 석 달에 이은 하락기를 보낸 후 2009년 1월 반등(7.1P)했다. 금융위기 발생 직전 수준을 회복한 건 6개월 뒤인 2009년 4월이었다.
한은은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의 경제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였으나 3월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축소됐다"며 "앞으로는 주로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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