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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미국 석유업체 또 파산…마이너스 유가 충격에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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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유가' 충격에 벼랑끝 몰린 에너지업계

셰일업체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신청 준비중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 아닌 청산 절차 돌입할수도

CNN "석유산업, 최후의 심판 시나리오에 직면"

에너지발 금융 위기 우려…정크 본드 15%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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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미국 주요 석유업체 두 곳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에너지 업계의 줄도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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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시추업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이 26일(현지 시간) 파산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 3일 화이팅 페트롤리엄 이후 이달 두 번째 미 석유업체 파산 소식이다. 원유 수요 붕괴에 따른 ‘마이너스 국제유가’ 사태가 업계를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 수천개의 석유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미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5억 달러(약 6172억원) 채무에 대한 이자를 납입하지 못한지 약 열흘 만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2500명의 일자리도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파산보호신청(파산법 제11장)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비롯해 채무 상환이 일시적 연기 등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은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58억 달러, 부채 규모는 26억 달러라고 밝혔다. 보유한 현금 규모는 4억3489만 달러로 채무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3억5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불어났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일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D(채무불이행·Default)’로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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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오프쇼어드릴링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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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은 경쟁사보다 유전을 더 깊게 채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양 석유는 채굴이 어려워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블룸버그는 “최근 유가 폭락에 시추 계약이 얼어붙으면서 채산성이 나쁜 기업 순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에 직면한 미국 석유산업은 올 것이 왔다며 패닉에 빠졌다. 최근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으로 유례없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20일에는 역대 처음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했다. CNN은 “미 석유산업이 ‘최후의 심판 시나리오’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원유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20달러를 유지하면 2021년 말까지 미국 석유회사 533곳이 파산하게 될 것이며, 10달러대로 떨어지면 1100곳 이상이 파산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즈호증권은 올해 미국 내 원유 생산업체 6000곳 중 70%가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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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유가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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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셰일 기업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노블에너지·할리버튼·마라톤오일·옥시덴탈 등 주요 석유 기업들도 올해 기업가치가 3분의 2 이상 증발했다.

전망은 더 어둡다.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파산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리드 모리슨 에너지 분야 대표는 “파산법 제7장에 의한 청산이 더 많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즉시 자산매각을 통해 청산 절차에 돌입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에너지 산업의 붕괴가 특정 산업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미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석유 기업은 미국 정크(투기 등급) 본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북미 지역 에너지 기업의 부채는 총 860억 달러(105조원)에 이른다. 석유 업체들의 연쇄 파산은 이들에게 투자한 주요 은행의 부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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