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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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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보는 닌텐도-‘모동숲(모여봐요 동물의 숲)’ 돌풍…닌텐도 스위치 값 두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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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한 게임기 판매업체 앞에 수십여 명이 줄을 섰다.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가 입고된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사람들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한창임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은 구매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을 벌이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닌텐도 스위치가 품귀 현상을 빚는 중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용산 아이파크몰 등 스위치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는 스위치가 언제 입고되는지 묻는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중고나라를 비롯한 중고상품 거래 플랫폼에도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겠다는 글이 이어진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마스크보다 사기 어렵다’ ‘마스크 5부제처럼 닌텐도 5부제를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없으니 가격은 폭등한다. 닌텐도 스위치 국내 판매 정가는 36만9800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가 50만원대 후반에 형성돼 있으며 쇼핑몰 대다수는 60만~70만원대에 제품을 판매한다. 기존 스위치 크기를 줄이고 무게를 줄여 휴대성을 강조한 모델 ‘스위치 라이트’ 역시 공식 출고가(24만9800원)를 웃도는 40만~50만원대에 판매된다. 스위치를 구매한 뒤 중고마켓을 통해 비싸게 되파는 ‘닌테크(닌텐도+재테크)’를 하는 소비자도 등장했다.

매경이코노미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링피트 어드벤처’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 돌풍을 일으키며 스위치가 품귀 현상을 빚는다. 사진은 모동숲 타이틀(좌)과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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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대원미디어 주가도 승승장구

중국 공장 안정화되며 인기 지속 예상

닌텐도 스위치 물량이 줄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2월 즈음이다. 스위치 기기는 닌텐도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이 멈추며 공급이 줄었다. 이 가운데 스위치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게임 ‘링피트 어드벤처’가 인기를 끌며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링피트 어드벤처는 운동과 게임을 결합한 작품. 판타지 세계에 들어간 이용자가 적과 싸우는 내용인데 이용자가 달리기와 스쿼트 등 다양한 운동을 해야 게임이 진행된다. 통로나 계단을 지날 때는 게이머가 실제로 뛰어야 캐릭터가 움직이고 몬스터와 싸울 때는 운동 동작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는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헬스클럽을 비롯한 운동시설이 문을 닫고 야외활동이 줄어들자 ‘홈트(집에서 하는 운동)’를 대안으로 채택하는 사람이 늘며 본격 인기를 끄는 중이다.

이후 지난 3월 20일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이 시장에 나오며 스위치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이용자가 동물이 사는 무인도로 이주해 집을 꾸미고 가드닝이나 낚시를 비롯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방식으로 구성된 게임이다. 다른 게이머와 경쟁하거나 몬스터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 잔인한 장면이 없다는 점, 특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답답함, 우울함 등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가운데 이를 치유해주는 ‘힐링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온라인 예약 판매를 맡은 대원샵 웹사이트에 한때 접속자가 너무 많이 몰려 사이트 운영이 중단됐을 정도로 정식 출시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판매를 시작한 이후에도 모동숲 캐릭터를 활용해 디자인한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가격이 80만원대를 호가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직후에는 한국·중국 기업이 만든 모바일 게임에 수요가 집중됐다. 그러나 이들 게임 대부분은 돈을 많이 들여 아이템을 구매해야 이길 수 있다. 선정성 때문에 비판을 받은 작품도 많다. 반면 모동숲은 게임 구매 이후에는 아이템을 사지 않아도 되고 모든 연령대가 같이 즐길 수 있다”며 열풍이 부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는 중이다. 일본 게임 전문지 패미통에 따르면 일본에서 모동숲은 시장에 나온 지 3일 만에 188만장이 판매됐다. 실물 이외 다운로드까지 포함하면 총 판매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게임칩 실물 상품은 베스트셀러 순위 4위, 디지털 다운로드 코드는 5위를 기록 중이다(4월 16일 기준). 모동숲과 링피트 어드벤처 등 스위치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돌풍을 일으키는 만큼 스위치 기기가 ‘귀한 몸’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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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기기가 불티나게 팔리자 닌텐도 주가도 반등한다. 일본에 상장된 닌텐도 주가는 2019년 56.9% 뛰었다. 스위치가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한 가운데 새 게임기 스위치 라이트가 인기를 끈 덕분이다. 스위치 라이트가 시장에 나온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스위치 기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그러나 닌텐도 주가는 올해 들어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악재가 이어진 탓이다. 2020년 첫 거래일인 1월 6일 4만2740엔에 거래를 마친 뒤 3월 16일 3만2950엔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모동숲이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4월 15일 기준 4만6730엔까지 반등했다. 저점 대비 상승률이 41.8%다.

국내에서 닌텐도 스위치 기기를 유통하는 대원미디어 주가 또한 승승장구다. 연초 6300~6900원대를 오르내리던 대원미디어 주가는 3월 19일 종가 기준 3935원까지 빠졌다. 그러나 모동숲이 시장에 나온 3월 20일부터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4월 14일 6680원까지 뛰며 저점 대비 상승률 69.8%를 기록했다. 국내 닌텐도 게임기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 50%가량을 차지하는 기업인 만큼 ‘모동숲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위치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시장에서는 최소한 올해 2~3분기까지는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고 있는 만큼 닌텐도 공장 역시 머지않아 정상화가 예상된다. 스위치 가격도 곧 공식 출고가 수준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스위치 공급량이 늘고 가격이 안정화되면 모동숲을 비롯한 인기 타이틀을 즐기는 게이머가 늘며 지속적으로 화제가 될 전망이다. 모동숲을 즐기기 위해서는 스위치 기기가 꼭 필요한 만큼 스위치 열풍 또한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정현 교수 역시 “그간 국내에서 콘솔 게임은 모바일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그러나 과하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모바일 게임에 피로를 느끼는 게이머 중 콘솔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모동숲 인기가 수그러든 이후에도 스위치를 비롯한 콘솔 인기가 지속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단 스위치 인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수출규제 이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코미디언 유민상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스위치를 이용해 모동숲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일본 게임을 즐긴다며 악플 세례를 받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스위치 품절 사태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한 시점에 닌텐도 게임기를 사려는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두고 일본 우익과 언론이 얼마나 비웃겠나. 개인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5호 (2020.04.22~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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