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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사주속으로] 윤달 생전예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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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윤달이 들면 조상님들의 묘지터를 이장하기도 한다. 신명들이 윤달에는 활동을 쉬기 때문에 특별히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믿어서이다. 또한 윤달이 들 때는 불가의 대표적 행사 중의 하나는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지낸다.

이 재(齋)는 살아 생전 다음 생에 받을 업의 과보에 대해 미리 스스로 재(齊)를 지내는 의식으로서 생재(生齊)라 칭하기도 한다. 예수재는 역사적으로는 조선 시대부터 정착한 것으로 기록에 보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윤달 풍속에 장안의 여인들이 줄지어 사찰에 찾아가 돈을 시주하는데 이 공덕으로 극락왕생한다고 믿는다." 라고 했다. 여기서 장안이란 당시 서울인 한양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행하는 생전예수재는 단지 시주금을 내는 것의 의미보다는, 실질적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지은 불선한 행업을 참회한다. 예수재 기간만큼이라도 선업을 지어 사후에 받거나 갚아야 할 전생의 빚과 과보를 살아 있는 동안에 미리 갚기 위한 의례인 셈이기도 하다.

또한 다음 생으로서 선처에의 환생을 기약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생전예수재 의식이 작년 2019년 4월에 서울특별시의 무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애초 조선시대 때에는 서울 장안의 큰 사찰에서 많이 행해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의식은 서울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의 큰 사찰에서는 윤달이 든 때에는 빠지지 않고 행해지는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매김 한지 이미 오래다. 돌아가신 선망조상들을 위한 재(齋)가 사십구재나 백중재라고 한다면, 생전예수재는 철저히 지금 살아 있는 자신을 위한 스스로 회향하는 재이다.

신앙이 있다 하더라도 알게 짓고 모르게 짓는 여러 불선업에 대한 참회의 과정이자 보다 향상적인 존재로의 발원을 담은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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