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코로나가 만든 저유가…사우디·러·이란, 오일머니 펑펑 쓰던 분쟁 멈추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우디·러시아·이란 저유가 직격탄 맞아

재정악화로 정권안보 시급해진 산유국

고비용 전쟁·내전·세력다툼 접을 가능성

예멘·시리아·우크라이나 내전종식 기대

3개국 코로나19 피해도 만만치 않아

저성장·저유가 지속이 ‘뉴노멀’ 되면

석유 의존 높은 산유국들 '돈 가뭄'

코로나가 국제정세 지각변동 이끌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총칼을 녹여 호미와 낫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바닥을 기면서 이런 희망이 싹트고 있다. 국제 분쟁에 책임이 있는 주요 산유국들이 이참에 발을 빼거나 개입을 줄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예멘 내전에 참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지상군.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돼 중동 안전을 위협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사태로 두 나라가 모두 재정 압박을 받게 되면서 조기 종식이 기대되고 있다. 사진=사우디아라비아 지상군 사이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란 등 석유 의존이 큰 주요 산유국에 저유가는 국가 경제와 재정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일달러를 앞세웠던 해외 분쟁 개입을 이만 접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과 5년 넘게 싸우고 있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 병사들이 자신의 개인 화기를 내보이고 있다. 2019년 9월에 예멘의 사나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저유가로 재정 압박을 받게 된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요감소로 유가 3분의 1토막…산유국 식은땀



지난해 배럴당 6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2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중국의 성장 속도 조절 전망에다 글로벌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다. 4월 2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이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그 뒤 일시 반등했지만, 올해 유가가 지난해 선을 회복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수요가 하루 2000만~3000만 배럴 정도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주요 산유국은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심각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시리아 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의 한 장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우디·러·이란, 오일머니로 분쟁 개입



이들 주요 3대 산유국은 그동안 고유가로 재정이 좋아지자 국제분쟁에 경쟁적으로 개입해왔다. 사우디는 2015년 3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수단·바레인·쿠웨이트·이집트·요르단 등과 함께 수니파 연합군을 구성해 5년 넘게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2011년 3월 발생해 9년을 넘게 끌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해 수니파 반정부군을 지원했다. 러시아는 2011년 시작한 시리아 내전에 공식적으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생한 돈바스 전쟁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과 예멘 내전을 개입하는 것은 물론 중동 전역의 시아파 세력을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상당수 돈이 드는 작업이다. 오일 달러가 그 뒤를 받쳐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유가 상황과 자국의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제 분쟁에 더 이상 개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중앙일보

예멘 내전에 참전한 예멘군의 모습.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돼 중동 평화와 안전을 위협해왔다. [사진제공=예멘군 사이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우디, 예멘 내전에만 1000억 달러 ‘탕진’



특히 사우디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과 싸우는 수니파 압둘라 하디 대통령을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지원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써왔다.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에서 발간하는 국제문제 잡지인 내셔널인터리스트에 따르면 사우디가 지난 5년간 쏟아부은 전비는 1000억 달러를 넘는다. CNN에 따르면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투입한 병력은 15만 명에 이르며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전사자가 3000명을 넘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수단은 1만5000명을 파병했다가 4000명 이상의 전사자를 내고 2019년 철수했다.

중앙일보

지난 4월 7일 예멘의 한 난민촌 근처에서 물 배급을 받으러 온 소년이 물통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멘 인도주의 재앙에 사우디 이미지 훼손



예멘에선 인도주의적 재앙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도주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지난해 12월 “예멘 내전이 5년 이상 더 지속하면 국제 인도주의 구호에만 290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AP통신은 예멘 내전에서 2019년 6월까지 교전 양측을 합쳐 9만1600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예멘은 내전은 물론 기아와 콜레라, 그리고 최근에는 홍수와 코로나19까지 겹쳐 대재앙 상태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과 BBC방송이 보도했다. 예멘 내전은 21세기 최악의 인도주의 재앙으로 불린다. 한국 정부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예멘에 쌀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예멘을 사실상 봉쇄한 채 후티 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우디는 국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재정에도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사우디는 엄청난 전비 투입에도 5년이 지나도록 군사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에서도 시아파 정부군에 맞서는 수니파 반정부 세력을 지원해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국은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지금까지 3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사우디가 시리아 내전에 지출한 비용도 이보다 적지는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시리아 내전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의 승리로 굳어가고 있다.

중앙일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함마드 왕세자, 저유가로 국내정세 불안 주목



상황이 이러니 국제유가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인 20달러 전후로 떨어져 앞으로 상당 기간 저유가 기조가 유지될 경우 사우디는 내전 탈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 재정 압박을 감내하면서 명분도, 실익도 적은 ‘고비용’ 군사 개입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저유가 상황에서 예멘 내전 개입으로 인한 과도한 전비 지출은 특히 국정을 좌우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왕위 승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의 약자인 MBS로 불리는 그는 제1부총리와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어 재정과 예멘 내전을 동시에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이라는 이름의 국가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그 동력에 힘입어 순조로운 왕위 계승을 기대해왔다. 해외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아 미래 청정신도시를 건설하고 관광 등 새로운 산업을 키워 석유에 대한 경제의존을 줄이고 미래 에너지 믹스 변화에도 대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오면서 해외 투자나 국가 개발 계획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저유가 상황으로 당장 재정 규모를 축소하고 국내 복지도 줄일 수밖에 없어 국민 불만에 직면할 수도 있다. 천문학적인 전비가 필요한 전쟁에서 탈출구를 모색해 그 비용을 국내에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중앙일보

지난 4월 23일 드론으로 퐐영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정시설의 모습.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소비가 줄면서 전세계 원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저장시설이 대부분 차는 바람에 원유를 적재할 장소도 찾기 힘들 정도다. 원유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 시리아·우크라이나 내전에 음양으로 개입



러시아도 시리아 내전에 알아사드 정권의 ‘공식 요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리아에 5만 명 가까운 병력을 파견했다. 군사전문 매체인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따르면 폭격에만 하루 400만 달러 이상의 전비를 쓰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계 반군이 2014년 4월에 시작한 내전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돈바스로 불리는 이 지역에 들어선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이라는 친러시아 지역 정권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친러시아 지역 정권들은 러시아제 기갑 장비는 물론 지대공 미사일까지 공급받아 무장하고 있으며, 자원병 형식으로 러시아 무장대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러시아의 물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수준의 무장이다.

우크라이나와 친러 반란세력은 유럽안보기구(OSCE) 중재로 2014년 9월 민스크 협정을, 2015년 2월에는 민스크Ⅱ 협정을 맺고 정전에 들어갔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돈바스 전쟁이라는 이름의 이 내전은 5년 넘게 계속되면서 1만3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21세기의 비극이다.

중앙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상공에서 해안경비대 헬기에서 촬용한 대기 유조선의 모습. 롱비치 주변에는 27척의 대형 유조선이 하역을 기디라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재고가 넘쳐 가격이 떠러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란, ‘시아파 초승달’ 벨트 건설 일단 멈출까



이란은 중동의 시아파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군, 바레인의 반정부 세력,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등에 지원하며 ‘시아파 초승달’로 불리는 지정학적 벨트를 구성하는 데 공을 들어왔다.

이 작업은 이란군을 이루는 두 개의 군대 중 하나인 혁명수비대(IRGC)가 맡아왔다. 그 중에서도 쿠드스군(예루살렘군)이 해외 파병과 공작을 주도해왔다. 올해 1월초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가 쿠드스군 사령관이다. 이란이 중동의 시아파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얼마나 눈엣가시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란 국내에서는 미국 제재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신정 세력이 국민 생활보다 쿠르스군을 앞세워 해외 시아파 세력 지원에만 앞장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전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 제재 부활로 석유 수출길이 상당히 막힌 데다,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이란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이란은 중동에서 터키 다음으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냈으며, 가장 많은 사망자도 나왔다. 해외 파병과 분쟁 개입에 세금을 계속 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이 중동 내 군사 개입을 어디까지 멈출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OPEC+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시장 코웃음



이 세 나라가 그동안 국제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제공했던 고유가 상황이 복구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심한 내상 때문이다. 4월 들어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하루 2000만~3000만 배럴의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를 비롯한 13개 석유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비회원국이 모인 OPEC 플러스(OPEC+)는 4월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두 달 동안 원유 생산을 하루 97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다. 특히 세계 1, 2위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하루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를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특히 차가웠다. 이 정도 감산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었다. 이에 따라 6월물 서부텍사스산(WTI) 유가는 4월 20~21일 이틀간 폭락해 배럴당 24달러 선에서 11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감산이 시작되고 미국산 유정의 잇따른 폐쇄 소식에 22~23일 WTI 6월물 선물은 각각 19%씩 급반등했지만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WTI 선물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오일지수(OIX)’가 올해에만 730%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지속적인 오름세 대신 널뛰기 장을 예상했다. 결국 주 후반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한 주간 32%의 낙폭을 기록했다. 주식 데이터와 경제뉴스를 제공하는 마켓워치는 국제유가가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낙폭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초의 배럴당 60달러대와 비교하면 유가는 70~80%가 떨어졌다. 유가하락은 산유국 재정 수지 악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더는 거액을 들여 분쟁에 개입할 이유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앙일보

4월 14일 3D 프린터로 만든 석유 채귤시설 모형이 코비드-19라는 글자와 떨어지는 유가 그래프를 배경으로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석유의존도 높은 산유국들, 저유가와 정면충돌



이 세 나라는 국가경제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유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경제적 타격을 트게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석유 생산량을 살펴보자.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일일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는 1200만 배럴, 러시아는 1080만 배럴, 이란은 399만 배럴로 세계 2·3위와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일일 1504만 배럴을 생산한 미국 바로 다음이다.

수출에서 이들 나라는 생산하는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출하며, 전체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019년 연보에 따르면 2018년 사우디는 하루 1031만 배럴을 생산해 74.7%인 737만 배럴을 수출했다. 이란은 355만 배럴을 생산해 51.8%인 184만 배럴을 수출했다. 사우디는 2019년 2945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 중 석유가 1943억 달러로 66%를, 이란은 1974억 달러의 수출 중 석유가 601억 달러로 56%를 각각 차지했다. 이란은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뒤 경제제재가 일부 풀렸으나 미국이 2018년 8월 5일 미국이 합의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석유 수출이 상당 부분이 막혔다.

독일 통계 포털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9년 4228억 달러를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29%인 1214억 달러를 석유가 차지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2019년 일일 1088만 배럴에 이르며,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수출량은 일일 500만 배럴 이상이다. 석유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사우디나 이란보다 낮지만 그래도 상당한 비중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9년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 추산치와 OPEC 연보, 그리고 블룸버그 보도를 종합하면 이들 산유국은 한결같이 국가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높다. 사우디는 수출의 66%, 정부 예산의 67%, 국내총생산의 42%를 석유에 의존한다. 러시아는 수출의 70%, 정부 예산의 52%,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석유에 의존한다.

이란은 수출의 56%, 정부 예산의 65%, GDP의 15.3%를 석유가 차지한다. 로이터 통신과 비즈니스 뉴스포털인 글로벌이코노미, 그리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의 매크로 커넥션 그룹이 만든 국제 무역 데이터 사이트인 경제복잡성관측소(ECO) 등을 종합한 결과다.

IMF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명목금액 기준 GDP 추산치는 러시아가 1조6380억 달러, 사우디가 7792억 달러, 이란이 4575억 달러에 이른다. 석유 의존도가 높았으니만큼 저유가로 인한 내상도 깊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로 이 숫자나 GDP의 국제 순위도 바뀔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텅턴 비치 앞바다에 있는 해상 석유 시설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가 지속할 경우 저유가 시대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산유국은 재정 고갈로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석유대국들,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증가세



거기에 이 세 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26일 0시를 기준으로 사우디는 확진자 1만6299명으로 하루에 1197명이 늘었다. 러시아는 7만4588명으로 하루에 기록적인 숫자인 5966명이 증가했다. 이란은 확진자 8만9328명에 하루에 1134명이 늘어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 세 나라는 현재 자국의 코로나19 상황 대응에도 정신이 없는 상태다. 이들 세 나라는 국제분쟁에서 하시라도 빨리 벗어날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개별 국가의 판단이 아니라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이 국제 분쟁의 종식을 사실상 ‘강제로’ 이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OPEC+의 의도적인 공급 축소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가 글로벌 유가를 결정하고 있듯이 말이다.

이들 나라가 그간 개입해왔던 국제분쟁에서 얼마나 빨리 탈출할지 주목된다. 내전과 외세가 개입이 뒤얽힌 예멘과 시리아, 동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평화 다음에 새로운 독재나 더욱 복잡한 정세가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