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일본 정부상대 소송 1차 변론기일인 2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김강원 변호사가 한·일 양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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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로 언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이 4년 만에 열렸다. 정식 소송에 앞서 배상을 요구하는 조정 신청 접수 시기를 기준으로 치면 7년 만에 열린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24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2013년 8월 위안부 피해자 등 12명이 한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원고 1인당 1억원씩 12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신청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법원이 소송 서류를 일본으로 보내는 자체를 거부했다. ‘자국의 주권ㆍ안보 침해 우려 판단 사안에는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는 헤이그송달협약 규정(13조)을 들면서다.
이에 피해 할머니들은 2015년 10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겨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2016년 1월 중앙지법 민사합의부에 사건이 배당됐다. 하지만 일본이 거듭 송달을 거부해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송달할 서류의 취지를 법원게시판에 공고해 송달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공시송달을 택하면서 이날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이날 원고 측에 주권면제(국가면제)론을 적용하지 않아야 하는 논거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주권면제론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으로 일본 측의 논리다. 이에 피해자 측 대리인은 “국제사법재판소에선 ‘국가 간 무력 충돌’의 경우 주권 면제 적용이 된다고 하지만 당시 일본군이 피해자들을 데리고 갈 땐 일본에 대응할 만한 무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탈리아 페리니’ 사건 판결문 등 원고 측 주장을 뒷받침 할만 판례 등을 보강해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페리니 사건 판결은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 끌려가 강제노역한 자국민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내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 독일 배상 책임을 인정한 내용이다.
이 소송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기조에 따라 결론을 미리 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행정처는 한국법원에 재판권이 없다고 소송을 각하하거나 개인청구권 소멸을 근거로 기각하는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하는 김강원 변호사는 재판 뒤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결과를 못 봐서 아쉬워하실 것”이라며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재판부가 빨리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5월 29일 열린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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