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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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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고속단정 쏴버려” 트럼프 과격한 트윗에 유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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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이란 군사 긴장 높아지자, WTI 배럴당 2.21달러 상승
한국일보

2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첫 군사위성 ‘누르’가 발사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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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동안 잦아드는 듯했던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란의 군사적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발끈하면서 위기를 끌어 올린 것이다. 트럼프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말 한마디 덕분에 바닥을 기던 국제유가가 반등에 성공하는 엉뚱한 상황도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의 배(군함)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버려 파괴하라고 해군에 지시했다”라고 적었다. 앞서 15일 걸프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속단정 11척이 미 해군 6척에 접근한 사실을 염두에 둔 경고였다.

하지만 과격 발언의 배경엔 이날 이란의 첫 군사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IRGC 측 발표가 좀 더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TV는 “‘누르(빛)’ 위성이 중북부 마르카지 사막에서 발사돼 425㎞ 상공 궤도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은 “이제 이란은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됐다”고 한껏 자부심을 드러냈다.

미 행정부는 이번 발사를 군사적 도발로 확신하고 있다.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체 기술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IRGC는 자국군이 지난해 공개한 사거리 100㎞의 미사일 ‘가세드’를 누르에 사용했다고 공개해 군사적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지켰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2015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삼가라’는 안보리 결의안 2231호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위협에 이란 측도 지지 않고 맞섰다. IRGC는 “예고된 순찰 작전을 하던 중 미 군함이 접근해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대변인은 한 술 더 떠 “미국은 다른 나라를 괴롭힐 생각 말고 코로나19에서 자국 군대나 구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양국간 설전의 여파는 국제유가 시장에 미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배럴당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정세가 악화하면 유가가 오르는 오랜 관행이 재연되면서 기록적 폭락세가 다소 진정된 것이다. 다만 깜짝 유가 상승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워낙 심각해 지정학적 뉴스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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