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과 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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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가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전 국민에게 주기로 가닥을 탔지만, 통합당은 추경 수정예산안을 제출해야 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 심사를 위한 예결위는 멈춰섰고, 여야는 장외 전만 펼쳤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심사에 협조해줄 것을 미래통합당 지도부에 거듭 요청한다"며 "시간 끌기를 넘어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절대로 아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통합당 소속인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 온다. (기존에는 없던) 국채 발행 내용도 들어있어 당장 예산 심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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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예산안 "제출해야" vs "전례없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보듯 2차 추경에 대한 수정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는지 여부가 여야 간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일(24일) 오전 10시까지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 달라. 수정안이 올라오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정부가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당시엔 '소득 하위 70%'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삼은 예산안이라 그 안으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이 전 국민으로 바뀌었고, 재정부담도 3조원 이상 늘었으니 수정예산안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라는 것은 시간만 끌다가 국회 처리가 미뤄지는 결과로 갈 수 있다. 지금까지 수정안을 다시 정부로부터 받아서 국회에서 논의했던 예가 없다"고 말했다. 2차 추경이 긴급재난지원금 단일 사업이므로 예산 심사 과정서 증액하면 된다는 게 민주당 논리다. 당에서는 수정안을 제출했다가 심사가 지연되면 내달 초 지급하지 못할뿐더러, 자칫 21대 국회에서야 논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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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받아도 국채발행 불가피
3조원가량의 추가 재원 가운데 정부·여당은 기부운동을 통해 1조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2조원이 넘을 부족분은 국채 발행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
국채발행에 대한 민주당과 통합당의 관점은 정반대다. 민주당은 국채발행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기존 41.2%에서 0.1%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가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60%여서 큰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은 전통적으로 확장 재정에 부정적이다. 통합당은 "향후 재난 상황일 때마다 국채 발행으로 현금 복지를 실시하면 국가채무비율이 지속해서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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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가 정책될 수 있나...현실성 논란
고소득자·사회지도층의 기부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민주당은 "절대로 강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 기부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만 해도 100만명으로, 기부 문화가 일어날 거라고 보고 자발적 참여가 충분히 가능할 것"(정책위 관계자)이란 발언에서 보듯, 준강제 성격이 가미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당은 '기부 드라이브'가 국민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한 통합당 의원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드라이브를 걸어 기부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고소득자들을 착한 고소득자와 나쁜 고소득자로 나누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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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선 "차라리 80만원 지급" 주장도
민주당 내에선 긴급재난지원금 액수를 줄이거나, 초고소득층 지급을 제외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야당 반발로 심사가 미뤄져 5월 초 지급이 무산되면 효과가 반감된다고 판단해서다. 민주당 한 예결위원은 "최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줄이고 소득 상위 5%를 제외하면 3조 원대 국채발행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나. 야당과 합의가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은 "100만원을 공언했는데 액수를 줄이면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윤정민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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