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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줬다"
업계에서는 ‘부실 계약을 주관한 로펌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향군이 A법무법인에 입금한 ‘수수료 영수증’을 보면 기본 보수 2억7500만원, 자문 보수 5억원을 지급했다. 이 외에도 6100만원을 추가 보수로 더 줬다. 상조회 계약금 일부를 보관해준 명목으로도 2600만원을 송금했다. A법무법인이 김씨가 실소유한 SPC(특수목적법인)와 향군 상조회 매각 계약을 주관한 기간은 지난해 11월 26일~올해 1월 9일까지로 두 달이 채 안 된다.
향군이 상조회 매각주간사 A법무법인에게 송금한 자문료 영수증. 이 영수증 외에도 87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향군정상화추진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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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해당 로펌 변호사들의 경력이나 계약 기간을 고려했을 때 수수료를 많이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향군 내부에서도 ‘매각 주간사 로펌의 수수수료를 과하게 책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군 측 관계자는 “향군 상조회 계약을 심의한 복지사업심의위원회 소속 변호사가 ‘너무 많이 줬다’는 지적을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고 밝혔다.
결국 김씨 소유 SPC는 향군 상조회 매각 계약 체결 후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60억원의 웃돈을 받고 상조회를 보람상조에 380억원에 불법으로 재매각했다. 향군 상조회가 보유한 현금 수백억 원도 김씨가 빼돌려 도주한 상태다. 보람상조는 김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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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김씨 '페이퍼컴퍼니' 추천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집회를 갖고 상조회 매각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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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법무법인은 김씨의 SPC와 계약하기 전 취소된 비공개 매각(2019년 10월 28일~2019년 11월 15일) 때도 김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 라임 계열 부동산 업체 메트로폴리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밀실 계약·라임 계열사 반대’ 여론에 부딪힌 향군은 결국 계약을 중지했다.
이 때문에 A법무법인과 김씨, 향군 간에 부적절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나온다. 한 로펌 관계자는 “A법무법인이 어떻게 제주도에 있는 회사를 알았고, 또 어떻게 페이퍼컴퍼니의 평가를 높게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또 향군이 ‘실패한 계약’을 주관한 법무법인에 또다시 같은 일을 맡긴 배경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향군 측은 “직전에 메트로폴리탄을 선정한 법인이지만, 이해도가 높아 재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함께 사업했던 한 인사는 “김씨는 ‘향군에 어마어마하게 로비를 해 놨다’ ‘절대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로비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향군정상화추진위원회는 김씨와 김진호 향군회장 등 10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라임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22일 이송됐다.
검찰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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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금융위 내 자산운용사 관련 부서와 판매사인 은행·증권사를 담당하는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위 기사에 대해 향군 측은 “향군관계자 누구도 김봉현과 일면식이 없었으며, 향군상조회 매각을 결정한 복지심의위원회도 향군상조회를 매입한 회사가 라임 주범 김봉현과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일체 사전에 인지한 바 없다”며 “이와 같은 보도는 향군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것으로 유감”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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