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지방 정상활동은 여전히 유효"
원산 특각은 강·바다로 둘러싸인 요새
10여동의 건물과 부속시설에서 업무
지난해 활주로 철거하고 승마장 건설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108회) 행사에 불참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은 이곳에 머물면서 통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ㆍ조용원 제1부부장 등 측근들을 대동하고 원산에 머물며 현지 지도와 통치를 해 왔다”며 “지방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강원도 원산 북서쪽에 위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각(별장). [구글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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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원산 특각에서 전화나 비전(秘傳)으로 불리는 비화용 팩스를 이용해 각종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곳엔 평양 중구역(한국의 구)에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나 김 위원장의 숙소 못지않은 시설이 설치돼 있다.
본지가 민간 상업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분석한 결과 이곳엔 10여 동의 대형 건물들이 있고, 축구장을 비롯해 경비 또는 부속시설로 보이는 소형 건물도 여럿 보인다. 업무뿐만 아니라 휴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산 특각은 원산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약 2㎞가량 벗어난 곳에 있다. 동쪽으로는 동해와 접해있고, 남과 북으로는 강이 흐르는 삼각주 지역이다. 북한은 특각 부지 서쪽에 대형 인공 연못을 만들어 특각에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요새화했다.
바다 쪽에는 부두를 설치해 김 위원장이 선박을 이용해 이동하거나 그가 즐기는 제트스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함남 선덕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당시 김 위원장이 선박을 이용해 발사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선박으로 이동한 것이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특각은 경호에 용이하고 경치가 수려한 곳에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으로 사용하는 호도반도까지 뱃길로 17㎞, 원산 갈마 공항까지 직선거리 6㎞ 정도 떨어져 있어 외부인들의 접근을 막으면서도 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강원도 원산 북서쪽에 위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각(별장). 사진은 지난해 7월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은 이후 활주로를 철거하고 승마장을 건설했다. [구글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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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위성사진에는 활주로가 있던 자리에 승마장이 만들어졌다. [구글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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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은 특각 인근에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오갈 수 있는 철로와 역을 마련했고, 플랫폼에는 지붕을 씌워 승하차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지난 2014년에는 남북으로 뻗은 540m 길이의 활주로를 건설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활주로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 승마장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 위원장이 장기간 원산에 체류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12일 지방에서 올라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을 포함해 600여명이 참석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렸고, 당국은 부인하지만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있다는 첩보가 이어지고 있어 김 위원장이 청정지역인 원산에서 일종의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일본 도쿄신문도 이날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자주(자가) 격리일 것”이라는 일본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 따라 시술 또는 수술 후 건강 이상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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