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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저유가=원가 경쟁력 개선’ 공식 깨져…감산 돌입한 석유화학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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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하반기 수요 회복되면 스프레드 개선 예상"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업계가 잇따라 감산에 돌입했다.

통상 저(低)유가는 석유화학 업계에 호재다.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극심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맞물려 석유화학 업계도 원가 하락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결국 가동률 조정에 나섰다.

조선비즈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 이재은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 21일 울산공장 메타자일렌(MeX) 2개 라인과 파라자일렌(PX) 1개 라인 가동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환경부에 신고했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종합화학도 지난달 시황 악화로 SK 울산CLX(콤플렉스) 내 제1 나프타분해공정인 NCC공정을 48년 만에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정 개선에도 중국발(發) 공급 과잉을 감당하지 못해 가동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중국에서만 향후 2년간 1000만t 이상의 에틸렌 증설이 예정돼 있다. LG화학(051910)도 지난달부터 여수공장 스팀크래커 가동률을 95%로 5%포인트(p)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미국의 에탄크래커(ECC) 증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공급 확대,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 사태로 석유화학 업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커지고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업계가 유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나프타분해설비(NCC) 중심인 국내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에서 나프타를 추출하는 NCC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에서 에틸렌을 추출하는 ECC 방식을, 중국은 석탄을 기반으로 한 석탄분해설비(CTO) 방식으로 에틸렌을 생산한다. 한국 업체들만 유가 하락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2015년 저유가 때 경험했던 호황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 나프타는 톤당 200달러 이하 수준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의 NCC 경쟁력이 유리한 반면 중국의 CTO 방식은 유가 40달러 이하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상반기까지는 유가 하락 전 구매한 고가의 나프타를 사용한 영향으로 석유화학사들의 실적이 저조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원가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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