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42·수배 중·사진)이 잠적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하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운전기사 등을 구속기소하며 행방을 쫓고 있지만 그는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부사장의 도주를 돕는 조직적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전 부사장이 자취를 감춘 건 지난해 11월이다. 그는 라임이 한때 최대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금융 알선)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도주했다. 검찰은 즉시 지명수배를 내리고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나섰다.
지명수배가 내려진 피의자 정보는 경찰 전산망에 입력된다. 음주 단속이나 경찰의 불심검문에 적발되면 수배자 명단에서 확인이 가능해 곧바로 체포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전산망에 입력된 지명수배 건수는 총 9560건이었다. 죄종별로 살펴보면 이 중 50.2%(4802건)가 사기 또는 횡령범에 대한 지명수배였다. 지난해 지명수배 피의자 중 검거된 건수는 1만1276건으로, 수배가 내려진 건수를 상회했다. 지명수배 제도가 범인 검거에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부사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모씨 공소장에는 그가 이 전 부사장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배 중)이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운 구체적 정황이 적시됐다. 한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명동 사채업자와 접촉해 거액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다시 전달했다고 한다.
금융권 종사자인 이 전 부사장 등이 장기간 수사망을 피해 도주할 수 있는 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이들 행적을 5개월 이상 쫓고 있지만 카드 사용 내역 등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는 "전국적으로 수배가 내려져 이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단서가 잡히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제3자의 조직적 도움이 없는 이상 (국내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도주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중증 피부질환(아토피)을 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받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주를 도왔던 한씨도 의사인 이 전 부사장의 아내에게서 받은 아토피 약을 그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라임 사태'에 연루된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동생 김 모씨가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동생의 급여를 김 전 행정관이 받은 뇌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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