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개 카드사 카드론 대출 4조3242억원
전년동기 대비 25.6%↑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지난달 카드론 대출금액이 4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을 중심으로 향후 연체율 증가도 우려돼 가계 부실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사의 지난달 카드론 취급액은 4조3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25억원(25.6%) 늘었다. 지난 1월과 2월 각각 3조9148억원, 2월 3조8685억원으로 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4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에서도 3월 증가세는 눈에 띈다. 1월 1.6%에서 2월에 16.6%로 급증한 데 이어 3월에는 25.6%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대출상품인 카드론은 신용도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최장 36개월 동안 빌려준다. 대출금리는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5~20%다. 은행권 신용대출 등과 비교하면 3~4배 이상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대신 별도의 대출심사 없이 바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지난달 카드론 급증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당장 급전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들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에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출 상담 대기자만 수 백 명에 달할 정도로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돈이 급한 사람들은 고금리지만 장벽이 낮은 제 2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카드론 연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카드대출은 주로 중·저신용자로 구성돼있고 손쉬운 대출 특성으로 다중채무자가 많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가계 부실의 뇌관이 될 위험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특히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대출로 인한 카드빚은 매년 눈덩이처럼 쌓여 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부실대출이 많아지면 금융회사들은 향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소득,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사채 시장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개월 이상 연체채권 기준(대환대출 제외) 카드 연체율은 2.29%로 전년대비 2.44% 소폭 줄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카드사 자산부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고위험 카드대출 잔액은 6조5000억원으로 전체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대출성 리볼빙)의 18.1%를 차지했다. 고위험 카드대출 잔액이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며,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카드대출 잔액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위험 대출 잔액은 카드사 자기자본 26조3000억원의 약 25%의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징후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지원 중인 대출 유예기간이 끝나고 채무자들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