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305% 폭락, -37.6달러
선물 만기로 차근월물 롤오버
“만기까지 반등하면 원금 회복”
원금손실 구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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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 현재 미상환된 WTI 연계 DLS 잔액만 9000억원이 넘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305% 폭락한 수치다. WT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뉴욕상업거래소가 1983년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마이너스 유가는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것으로,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선물 만기 탓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소비가 줄면서 원유 저장탱크가 가득 찬 상황에서 WTI 만기일(21일)을 앞둔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를 선택했다. 매달 원유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투자자들은 최근(近)월물을 팔고, 차근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를 한다.
한 시중은행 PB는 “재고가 넘쳐나는데 원유저장 시설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사들이며 시장 가격이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TI가 300%이상 폭락하면서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DLS 상품이 대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국내 DLS 상품의 녹인 레벨은 35~60% 수준으로, 발행 이후 국제 유가가 40~65% 하락하면 녹인 배리어를 터치할 수 있다. ‘녹인 레벨’은 투자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점(녹인 배리어) 미만으로 하락한 뒤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원금을 잃게 된다.
국제 유가는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 연계 DLS는 올해 1월에만 2026억원 발행됐다. 17일 기준 국내에서 발행된 WTI 연계 DLS의 총 규모는 5조5126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환되지 않은 금액은 9238억원이다.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이기 때문에 은행 보다는 증권사를 통해 대부분 판매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역사적 저점을 경신하며 원유 연계 DLS 대부분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며 “다만 변동성이 큰 상품인 만큼 설계에 따라서 녹인 구간을 터치했더라도 만기 시점 가격에 따라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는 상품들이 많을 것”이라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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