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등서도 임상진행… 내달 결과 기대
개발사 길리어드 "통계적 검증력 아직 없다… 자료 총체성 분석 필요 기다려야"
미국·중국·한국 등에서 동시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중간결과가 잇따라 공개됐다. 하지만 개발사 길리어드는 "(임상 초기 결과에 대한) 통계적 검증력이 아직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16일(현지 시각) 미 의학전문매체 스탯은 "시카고대학 캐슬린 멀레인 감염병학과 교수 연구진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대부분이 치료 이후 고열과 호흡기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며 "대부분 6일 만에 퇴원했다"고 보도했다.
멀레인 교수의 렘데시비르 임상에 참여한 코로나 환자는 상태가 위중한 환자(113명)를 포함 총 125명이다. 모든 환자는 매일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았다. 이번 임상에서 연구진은 공통적으로 환자들의 열이 내려가는 걸 확인했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끼던 일부 환자는 투약 하루만에 자가호흡이 가능해졌다. 대부분 환자가 빠르게 효과를 보면서 치료 6일만에 퇴원했다. 사망자는 2명이었다. 다만 정확한 투약 용량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에 길리어드 주가는 장외거래서 16% 이상 급등했다.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이번 달 안에 이번 3차 임상 시험의 공식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며 경미한 증세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발표는 5월로 예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 카이저 퍼머넨테 워싱턴 보건연구소에서 지난 16일(현지 시각) 약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 약품을 임상 1상 시험 참가자에게 투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렘데시비르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중간 결과는 지난주 처음 나왔다. 미국 시나이산의대 조나단 그레이 교수 연구진은 앞서 지난 10일(한국 시각)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지에 "환자의 68%는 상태가 호전됐으며 결과적으로 완치된 환자는 47%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산소 포화도가 94% 이하인 중증환자 61명에게 최대 10일간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다. 이 중 치료 데이터가 불분명한 8명은 제외됐다. 연구진은 53명 중 36명(68%)의 환자가 호전됐고, 완치된 환자는 25명(47%)이라고 밝혔다. 실험 전 인공호흡장치로 산소를 공급받고 있었던 환자 30명 중 17명은 장치를 떼어낼 수 있었다. 다만 53명의 환자 중 7명(13%)은 실험 중 사망했다. 32명(60%)은 장기능 장애, 저혈압 등 부작용을 보이기도 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잇단 긍정 보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16일 이메일 성명을 통해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능을 밝히기에 충분한 통계적 검증력이 없다"면서 "해당 시험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선 자료의 총체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전세계 152곳의 임상시험장에서 약 24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국내에 배정된 렘데시비르 물량에 따라 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국내 환자 수는 195명(중등도 120명과 중증 75명)으로 결정됐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는 빠르면 5월 중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측과 임상시험 협정서를 체결하고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지난 2월 가장 먼저 코로나 치료제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시작했던 중국에서의 시험 2건은 환자 모집이 어려워 중단됐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임상등록사이트(ClinicalTrials)에 따르면 우한 진안탄 병원에서 진행중인 임상3상이 자격을 갖춘 환자를 모집할 수 없어 종료됐다. 임상시험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설계돼 경증 및 중등 환자 3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된 것이다. 그 밖에 최근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일우호병원에서 진행했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도 같은 이유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1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승인된 치료법이나 백신은 아직 없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중인 약물로, 현재 가장 먼저 임상시험에 돌입한 치료제 후보로 꼽힌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한 제약사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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