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 9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본예산에 편성됐던 국방·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외환관리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 지출을 삭감했다. 경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방·SOC 등 사업비 삭감은 최소화했으며, 전체 삭감분 중 절반 가까이를 외평기금 지출을 줄여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재원조달 방안을 포함한 '2020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전체 9조7000억원인 소요예산 가운데 중앙정부가 기존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7조6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부담 비율은 8대2로 정해졌으며, 재정 여건이 좋은 서울시에만 7대3 비율이 적용된다.
예산 삭감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외평기금에 대한 이전 축소다. 총 2조8000억원으로 중앙정부 본예산 삭감분 6조4000억원 중 43.8%에 달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원화값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원화를 추가로 공급해야 할 유인이 사라진 점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원화값이 지나치게 오를 때는 외평기금이 보유한 원화를 공급해 상승세를 낮추고, 반대로 원화값이 급락할 때는 외평기금의 달러화를 공급해 하락세를 막는다. 이 같은 조치로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화를 보유하고 있어 재정 지원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택도시기금·농지관리기금 등에서도 총 1조1748억원이 동원됐다.
일반회계 지출 가운데 삭감 폭이 가장 컸던 것은 국방예산이다. F-35 스텔스, 이지스 전투체계 도입 등을 위해 편성됐던 예산 9047억원이 깎였다.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전액 절감하고, 채용시험을 연기해 마련한 재원도 6952억원에 달한다.
포항~삼척 철도 건설, 보성~임성리 철도 건설, 서해선 복선전철 등 올해 불용이 예상되는 철도사업 예산도 5500억원이 감액됐다. 이와 함께 대곡~소사선 민자철도사업 계획도 조정돼 103억원이 감액됐으며, 울산신항 공사도 일정 변경으로 201억원이 깎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677억원이 삭감됐다.
홍 부총리는 "감액 사업에 대해서는 지연 사유가 해소되는 대로 정상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재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반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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